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분권형 권력구조를 둘러싼 개헌 논의가 정치권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두고 여권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논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반면, 야권에서는 적용 시점과 의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여선웅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이나 중임을 가능하게 하는 개헌은 현실적으로 통과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 의원들이 현직 대통령에게 새 임기 규정을 적용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대통령 주변에서 개헌 논의가 이어지는 만큼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만희 SBS 논설위원은 논란을 키울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현행 헌법이 대통령 임기 연장을 제한하는 구조라는 점을 짚었다.
‘연임’과 ‘중임’은 어떻게 다른가
연임제는 통상 현직 대통령이 연속해서 다음 임기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중임제는 연속 여부와 관계없이 정해진 횟수만큼 대통령직을 맡을 수 있는 구조다. 정치권에서 두 용어가 혼용되면 현직 적용 여부와 재도전 가능 시점을 둘러싼 오해가 커질 수 있어 개헌안 문구를 정확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중임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허용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정안을 제안한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도록 규정한다. 이 조항은 현직자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임기 규칙을 바꾸는 상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따라서 4년 중임제 개헌 논의는 임기 길이만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의 선거 주기, 결선투표 도입 여부, 국무총리의 권한, 국회의 견제 수단, 감사·인사 제도까지 권력구조 전반과 연결된다. 하나의 제도만 떼어 수정하면 다른 기관과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책임정치 장점과 권력 집중 우려 공존
4년 중임제 찬성론은 첫 임기의 국정 운영을 유권자가 선거로 평가하고, 성과가 인정되면 한 차례 더 맡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든다. 5년 단임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임기 후반의 동력 저하를 줄이고 중장기 정책의 연속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대 또는 신중론은 현직 대통령이 재선 준비와 국정 자원을 결합할 위험을 우려한다. 선거를 앞두고 단기 성과에 집중하거나 행정부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선거 관리의 독립성, 수사·감사기관의 정치적 중립, 국회의 예산·인사 통제 등 견제 장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분권형 개헌’이라는 표현도 구체화가 필요하다. 대통령 권한 일부를 국회나 총리에게 옮기는 방식인지, 지방정부의 재정·입법 권한을 강화하는 것인지에 따라 제도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 권한을 나누는 동시에 정책 실패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지 않도록 지휘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개헌 절차와 적용 시점이 신뢰 좌우
헌법 개정은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시작된다. 국회는 공고된 개헌안을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며, 이후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어느 한 정당만의 의석과 의지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초당적 협의가 필수적이다.
정치권이 논의를 진전시키려면 새 제도를 어느 선거부터 적용할지 먼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헌법 원칙을 재확인하고, 시행 시점과 경과 규정을 개헌안에 명시하면 불필요한 의심을 줄일 수 있다.

개헌 국민투표 시기를 지방선거나 총선과 묶을지 별도로 정할지도 쟁점이다. 동시 투표는 비용과 참여율 측면의 장점이 있지만, 정당 선거 이슈에 개헌 내용이 가려질 수 있다. 충분한 공론 기간과 조문별 설명, 찬반 논거의 균형 있는 제공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공방이 생산적인 제도 논의로 이어지려면 정치적 유불리보다 개헌의 목표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 대통령 임기 조정이 책임성과 안정성을 높이는지, 권력분산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국민의 선택권이 넓어지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초안이 필요하다.
4년 중임제는 익숙한 구호지만 세부 설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여야가 현직 적용 논란을 조기에 정리하고 권력구조, 기본권, 지방분권을 포함한 논의 범위를 공개한다면 개헌은 정쟁을 넘어 제도 개선의 의제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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