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복주산근린공원이 조각 작품을 품은 생활권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서대문구는 북아현동에서 60여 년 살아온 주영숙 조각가가 자신의 작품 13점을 공원에 기증했다고 14일 밝혔다. 주민이 산책과 휴식을 위해 찾는 장소에서 별도의 입장 절차 없이 예술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기증 작품은 주로 가족을 주제로 한다. 서대문구는 작가의 지역에 대한 애정과 이웃이 일상에서 문화와 예술을 누리기를 바라는 뜻에서 기증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설치되면서 단조로웠던 공원 입구도 감성적인 공간으로 변모했다.
복주산근린공원은 북아현동 1016-2에 있는 생활권 공원이다. 대형 미술관과 달리 주민이 통학이나 산책, 운동 중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장소라는 점에서 공공미술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술이 특별한 외출의 목적지가 아니라 생활 동선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60년 거주 작가가 이웃에게 돌려준 작품
주영숙 작가가 오랫동안 거주한 지역에 작품을 기증했다는 점은 이번 조성의 의미를 더한다. 지역의 변화와 주민의 일상을 지켜본 작가가 자신의 창작물을 다시 동네에 놓으면서 작품과 장소 사이에 개인적인 서사가 생겼다. 익명의 장식물이 아니라 지역 구성원이 건넨 문화 자산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가족을 주제로 한 조각은 연령이 다른 주민도 비교적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어린이는 형태와 표정을 관찰하고, 성인은 자신의 가족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 구는 이러한 작품들이 공원을 찾는 여러 세대에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공공미술은 작품이 놓인 위치와 주변 환경에 따라 경험이 달라진다. 나무와 산책로, 계절의 빛이 작품의 배경이 되고 보는 사람의 이동에 따라 각도도 바뀐다. 같은 조각도 아침과 저녁, 봄과 겨울에 서로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야외 전시의 특징이다.
공원 입구에 여러 작품을 배치하면 공간의 첫인상도 달라진다. 주민에게는 만남의 장소나 길 찾기의 기준점이 될 수 있고,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작은 공원 개선이 동네에 대한 애착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상 속 문화 접근성 넓히는 공공미술
미술관과 갤러리는 전문적인 관람 환경을 제공하지만 시간과 거리, 비용 때문에 자주 찾기 어려운 주민도 있다. 공원에 설치된 조각은 이러한 장벽을 낮춘다. 작품 설명과 동선을 적절히 마련하면 예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편안하게 감상을 시작할 수 있다.
어린이에게는 공공장소에서 작품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 학교나 가족 단위의 산책 프로그램과 연계해 작품의 형태와 재료, 가족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정답을 요구하기보다 각자가 느낀 점을 나누는 방식이 공공미술의 친근함을 살린다.
조각 작품을 장기간 야외에 전시하려면 유지관리도 중요하다. 비와 눈, 미세먼지, 온도 변화가 표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재료별 점검과 세척이 필요하다. 작품 주변의 조명과 안내판, 보행 동선도 안전하게 관리해야 기증의 가치가 오래 이어진다.
작품의 소유권과 관리 책임, 훼손 시 복원 절차를 명확히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증은 설치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이 문화 자산을 지속적으로 돌보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상태 기록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보존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주민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은 이번 기증이 조각품 배치를 넘어 주민 일상에 문화적 풍요를 선물한 뜻깊은 일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작품을 매개로 주민이 머무르고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공원의 이용 방식도 한층 다양해질 수 있다.
공공미술의 성과는 설치 작품 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주민이 공간을 편안하게 이용하는지, 작품에 대한 안내가 충분한지, 보행이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지 지속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이용자의 반응을 반영해 배치나 조명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는 해설 프로그램이나 작은 야외 행사를 마련하면 기증의 배경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다. 다만 공원의 기본 기능인 휴식과 녹지 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행사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려는 이용자와 활동 프로그램이 균형을 이루는 운영이 중요하다.
주영숙 작가의 13점 기증으로 복주산근린공원은 주민의 산책로이자 열린 전시장이 됐다. 작품이 계절과 사람을 만나며 지역의 새로운 기억을 쌓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공간이 일회성 정비에 머무르지 않고 주민이 함께 아끼는 생활문화 거점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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