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등 글로벌 AI 업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는 단순한 친교 행사를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위치를 확인하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현지 시간 24일 열린 만찬에는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 인사와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가 함께했다.
만찬은 격식을 낮춘 야외 식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캘리포니아식 메뉴를 나누며 AI 협력과 반도체 생태계의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장면에서는 이 대통령과 젠슨 황 CEO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고, 국내 기업 총수들이 같은 테이블에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AI 협력 논의의 상징이 된 만찬
이번 행사의 핵심 메시지는 한국이 AI 시대의 생산 기반이자 파트너로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의 중심 기업이고,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제조, 데이터센터 수요 대응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만큼 만찬의 상징성은 작지 않다.
이 대통령은 식사를 함께하는 의미를 설명하며 참석자들에게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국어 표현인 ‘식구’를 소개하고 건배사를 제안한 장면은 협력 논의를 부드럽게 이끄는 외교적 장치로 볼 수 있다. 공식 회담장이 아닌 식탁에서 오간 대화는 기업인들이 장기 파트너십을 논의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했다.

젠슨 황 CEO가 과거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오가던 경험을 언급한 대목도 주목된다. 개인적 기억이 한국 기술 생태계와 연결되면서, 한국 시장과 인재, 부품 공급망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부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장면은 양측 관계의 정서적 기반을 강조했다.
성장률과 반도체 가격의 연결고리
대화 중에는 한국 경제 성장률과 AI 반도체 가격에 관한 언급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성장세가 낮았지만 올해는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고, AI 반도체 판매가격 상승이 명목 GDP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AI 투자 확대가 개별 기업 실적을 넘어 국가 경제 지표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팹리스 기업은 안정적인 부품 공급과 제조 파트너가 필요하고,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AI 투자 흐름을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다만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공급망 안정, 전력 인프라, 연구개발 투자, 인력 확보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AI 반도체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기술 전환 속도도 빠르다. 기업 간 협력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규제 정비와 투자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경제외교의 다음 과제
이번 만찬은 한국 정부가 AI와 반도체를 경제외교의 핵심 의제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상 외교와 기업 협력이 결합하면 대규모 투자, 공동 연구, 공급 계약 등 실질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공개된 친교 장면만으로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후속 협의의 구체성이다. 어떤 분야에서 협력이 제도화되는지, 국내 기업이 어떤 역할을 맡는지, 투자와 일자리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식탁에서 시작된 대화가 한국 AI 반도체 산업의 실질적 기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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