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방산 기술기업 앤두릴이 또 한 번 큰 폭의 기업가치 상승을 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테크크런치는 로이터를 인용해 앤두릴이 약 1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38조원 안팎에 해당하는 평가를 목표로 신규 자금 조달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5월 610억달러 평가로 50억달러를 조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론된 숫자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자 논의는 두 단계로 구성될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자금 유치 이후 두 번째 단계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두 투자 절차가 연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앤두릴은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 스타트업에 몰리는 자금
앤두릴의 평가 상승은 개별 기업의 성장 스토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방산 기술 분야에는 드론, 자율 비행체, 감시 체계,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도구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몰리고 있다. 중동과 동유럽에서 이어지는 안보 긴장도 투자자들이 이 시장을 다시 보는 배경이다.
올해 상반기 방산 기술 스타트업 분야의 벤처 투자액은 120억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 전체 조달액에 근접하거나 넘어선 것으로 보도됐다. 과거 방산 계약은 긴 조달 절차와 소수 대형 사업자가 지배하는 구조로 여겨졌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장비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

앤두릴은 이 흐름의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회사는 미국 국방부, 공군, 육군뿐 아니라 네덜란드 국방부, 나토, 영국 국방부, 폴란드 등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지난 5월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22억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소모형 무기와 AI가 바꾸는 방산 공식
최근 방산 기술 투자의 핵심어는 저비용, 대량 생산, 소모 가능성이다. 전통적 방산 장비는 고가의 플랫폼을 장기간 운용하는 모델에 가까웠다. 반면 현재 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과 자율 장비를 빠르게 배치하고, 필요할 경우 손실을 감수하는 방식이 실제 전술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장비는 단순한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는다. 표적 탐지, 비행 경로 판단, 통신 장애 대응, 여러 장비의 동시 운용에는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이 결합된다. 투자자들이 방산 스타트업을 일반 제조업이 아니라 AI와 로보틱스 기업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앤두릴 외에도 관련 기업의 자금 조달은 이어지고 있다. 군용 항공기와 자율 시스템을 다루는 실드 AI, 저비용 무기 체계를 강조하는 마크 인더스트리즈, 유럽의 헬싱 등이 대규모 투자를 받은 사례로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기존 방산 대기업과 경쟁하는 동시에 협력하거나, 특정 기술 분야에서 공급망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노린다.

제조와 공급망이 다음 경쟁력
방산 AI 기업의 가치는 알고리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 장비를 제때 만들고 납품할 수 있는 제조 역량, 부품과 추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공급망도 중요하다. 테크크런치는 앤두릴과 마크 인더스트리즈가 로켓 추진체와 관련된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고체 로켓 모터는 오래전부터 병목으로 지적돼 온 분야다. 수요가 갑자기 늘어도 생산 시설과 인증 절차를 단기간에 확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 당국이 앤두릴의 국내 고체 로켓 모터 생산 확대를 지원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다만 기업가치가 빠르게 오르는 만큼 검증 과제도 커진다. 방산 분야는 민간 소프트웨어 시장보다 계약 주기가 길고, 정치적 변수와 수출 통제, 윤리 논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AI가 전장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책임 소재와 통제 장치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앤두릴의 1000억달러 평가 논의가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보도는 방산 AI가 더 이상 틈새 시장이 아니라, 거대 기술 투자와 국가 안보 전략이 만나는 핵심 분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관건은 높은 평가액을 뒷받침할 매출 성장, 계약 이행 능력, 그리고 전장 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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