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코스트코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계산원의 퇴직연금 계좌에 1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쌓였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소매업의 인력 운용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한 직원의 성실한 근무담을 넘어, 높은 임금과 복지, 낮은 이직률을 결합한 기업 전략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보도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투손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일하는 토니 바자르는 1986년 코스트코의 전신인 프라이스클럽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주차장의 쇼핑 카트를 정리하는 업무를 맡았고, 이후 상품 진열과 입구 안내를 거쳐 계산대 업무를 담당했다. 회사는 관리직 승진을 제안했지만 그는 고객을 직접 만나는 현장 업무를 계속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그의 시급은 32.9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 계산원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장기간 납입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회사 지원금, 투자 수익이 더해지면서 계좌 규모가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장기근속이 개인의 노후 준비와 기업의 숙련 인력 확보를 동시에 가능하게 한 셈이다.
숙련도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보는 방식
코스트코는 장기근속 직원의 경험을 신입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컬처 코치 역할도 운영하고 있다. 베테랑 직원이 신규 직원에게 매장 운영 방식과 고객 응대 문화를 전하는 구조다. 이는 단기간에 사람을 뽑고 교체하는 방식보다 초기 교육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 품질을 안정시키는 데 유리하다.

소매업에서 계산대 업무는 단순 반복 노동으로 보이기 쉽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고객 흐름, 결제 문제, 반품과 문의 대응, 셀프 계산대 지원이 한꺼번에 발생한다. 숙련 직원은 이런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 대기 시간을 줄이고 매장 분위기를 안정시킨다. 코스트코의 숙련 계산원이 시간당 수십 명의 고객을 처리한다는 점은 현장 경험이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전략의 핵심은 이직률 관리다. 입사 후 1년 이상 근무한 코스트코 직원의 이직률은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 명의 현장 직원을 교체할 때 채용, 교육, 생산성 손실이 함께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금과 복지를 비용으로만 볼 수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처우는 기업이 숙련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투자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유통업 전반의 변화
코스트코만의 사례도 아니다. 월마트 계열 샘스클럽은 핵심 직원의 시급을 올리고 고정 근무제를 도입한 뒤 이직률과 생산성 개선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 확보가 어려운 업종일수록 잦은 교체보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방식이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 실적과도 연결된다. 코스트코는 높은 회원 갱신율을 유지하며 매출과 이익을 늘려 왔다.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의 특성상 고객 경험이 재방문과 갱신에 영향을 준다. 숙련 직원이 매장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면 고객 만족도와 운영 효율이 함께 개선될 수 있다.

다만 모든 기업이 같은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높은 임금과 복지는 단기 비용 부담을 키운다. 가격 경쟁이 심한 업종에서는 이를 상품 가격이나 마진 구조와 함께 조정해야 한다. 따라서 코스트코 사례의 의미는 단순히 임금을 올리면 성과가 난다는 공식이 아니라, 장기근속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 모델과 현장 운영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번 사례는 노동시장과 기업 경영 사이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숙련 직원을 붙잡는 비용이 큰가, 아니면 계속 새 직원을 뽑고 교육하는 비용이 더 큰가. 코스트코 계산원의 40년 근속과 100만 달러 퇴직연금은 후자의 비용을 낮추는 전략이 개인의 자산 형성과 기업 성과를 동시에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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