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전기 배선 공사의 적정성이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월 발생한 이 화재로 10대 여학생이 숨진 가운데, 소방 조사에서 사고 전 진행된 인테리어 공사 과정에 무자격 전기 작업과 부실 시공 정황이 있었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강남소방서 화재 현장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가구에서는 사고 약 한 달 전인 1월 중순부터 열흘 동안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됐다. 주방 확장 과정에서 조명 위치를 옮기기 위해 전선을 연장했는데, 작업자들이 전선 피복을 벗긴 뒤 구리선을 꼬아 테이프로 감는 방식으로 연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용 커넥터를 사용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접속부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는 방식이다.
배선 접속 방식과 무자격 시공
조사팀은 이런 접속 방식이 기계적 강도를 약화시키고 접촉 저항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선 접속부의 저항이 커지면 발열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시공 중 배선이 손상됐거나 접속이 불량했다면 화재 원인과 연결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전선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전선관이 설치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기 작업을 맡은 이들이 관련 기술 자격이나 면허를 갖추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무자격 작업자들이 전선을 결선하고 연장했으며 등기구 설치까지 진행한 사실을 적시했다. 전기공사는 단순한 실내 마감 공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감전과 화재 위험을 직접 다루는 분야다. 그래서 자격과 절차가 엄격하게 요구된다.

경찰은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 2명과 전기시공 업체 관계자 1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적용 혐의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전기공사업법 위반, 소방시설공사업법 위반 등이 포함됐다.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업자에게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되고 있다.
노후 주거지 공사 안전 문제
이번 사건은 개별 가구의 인테리어 공사가 공동주택 전체 안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배선 구조가 복잡하고, 확장 공사나 조명 이동 과정에서 기존 전기 설비를 건드리는 일이 잦다. 이때 공사비와 일정만 앞세워 자격 없는 작업자가 배선을 처리하면 사고 위험은 커진다.
법적으로도 일정 규모 이상의 인테리어 공사는 등록된 건설업자가 맡아야 한다. 보도된 조사 내용에 따르면 해당 공사비는 기준 금액인 1500만 원을 넘었지만 미등록 업자가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 주체, 하도급 구조, 실제 작업자의 자격 확인이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향후 책임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수사는 화재의 직접 원인뿐 아니라 부실 시공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조사만으로도 주거 공간의 전기 공사는 전문 자격과 검증 절차가 필수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공동주택 인테리어 시장 전반의 관리·감독 강화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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