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체리자동차의 수출 브랜드 재쿠와 오모다가 해외 SUV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영국에서는 재쿠7이 상반기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기아 스포티지와 현대 코나가 강세를 보이던 시장에 균열을 냈다. 낯선 중국 브랜드가 단기간에 소비자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이번 흐름은 단순한 신차 흥행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경쟁의 변화를 보여준다.
재쿠7은 영국에서 이른바 ‘테무 레인지로버’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고급 SUV를 연상시키는 외관과 풍부한 기본 사양을 갖췄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자동차 전문 매체의 초기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실용성과 비용을 따지는 소비자층이 빠르게 반응했다.
가격보다 큰 무기는 체감 비용
재쿠의 경쟁력은 단순히 차값이 낮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파노라마 선루프, 대형 디스플레이, 열선 시트, 360도 카메라 등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양을 기본 또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고, 일부 트림에는 무이자 할부 같은 금융 혜택도 붙었다. 같은 가격대의 경쟁 모델과 비교할 때 구매자가 실제로 느끼는 비용 차이가 더 커지는 구조다.
긴 보증 기간도 낯선 브랜드에 대한 불안을 줄였다. 재쿠는 7년 보증을 내세워 중국차에 대한 품질 우려를 완화하고 있다. 이는 과거 기아가 유럽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할 때 사용했던 방식과도 닮아 있다. 주행 감각이나 브랜드 이미지에서 약점이 거론되더라도, 안전성·경제성·신뢰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조합이 된 셈이다.

영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재쿠와 오모다의 확산은 영국에 그치지 않는다. 원문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재쿠5와 재쿠7이 판매 상위권에 오르며 현대차와 도요타가 다투던 시장 구도를 흔들었다. 호주에서도 오모다·재쿠 브랜드가 진출 1년여 만에 판매량을 빠르게 늘렸고, 전기 SUV 모델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동,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진출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특히 체리자동차는 20년 넘게 수출 시장에서 쌓은 딜러망과 현지 적응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 폭염과 혹한, 관세 장벽, 안전·환경 규제에 직접 대응해 온 경험이 이제는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 시장 공략의 기반이 되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주는 경고
이번 흐름은 한국 완성차 업체에도 분명한 압박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품질과 디자인, 전동화 전략을 앞세워 해외 SUV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왔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가격, 옵션, 금융 조건, 보증을 묶은 패키지로 소비자의 구매 기준을 바꾸면 경쟁의 초점은 달라질 수 있다.
체리자동차가 수출 전용 브랜드를 통해 젊은 소비자와 실용적 가족 고객을 동시에 겨냥하는 점도 주목된다. 오모다는 젊은 세대의 크로스오버 수요를, 재쿠는 고급 SUV 이미지를 원하는 30·40대 소비자를 겨냥한다. 브랜드 선호가 약한 시장에서는 이런 선명한 포지셔닝이 빠른 침투를 가능하게 한다.

중국차의 해외 확산은 아직 품질 지속성, 서비스망, 잔존가치 같은 검증 과제를 남겨 두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충분히 괜찮은 차를 더 낮은 총비용으로 살 수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기존 강자의 프리미엄은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재쿠의 돌풍은 글로벌 SUV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는 신호이자, 한국 자동차 산업이 방어와 차별화를 동시에 고민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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