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걸프 주변국의 민간 기반시설 공격으로 번지면서 중동 정세가 한층 불안해지고 있다. 연합뉴스가 AFP와 로이터 통신 등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란도 미군 주둔국과 주변국의 발전·담수화 시설, 공항, 군사 관련 시설 등을 겨냥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공격 대상이 군사 시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쿠웨이트 정부는 이란이 이틀 연속 자국 내 발전 및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일부 설비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전력과 물 공급은 사막 기후권 국가에서 시민 생활과 산업 활동의 기반이다. 이런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되면 군사적 충돌은 곧바로 민간 피해와 사회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
종전 합의 이행 중단과 맞대응 주장
이란 측은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에 따른 의무 이행을 중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 외무부 차관은 상대가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이란도 이를 준수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이란 매체가 전했다. 이는 외교적 완충 장치가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쿠웨이트 전력·수자원부는 발전 및 담수화 시설 일부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발전 설비 일부를 멈췄다고 설명했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과 시설 근로자들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고, 쿠웨이트석유공사도 석유 시설 피해와 부상자를 언급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망가프 지역 석유시설에서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확산됐다.

쿠웨이트 국제공항도 반복되는 미사일과 드론 공격 위협으로 운영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웨이트 외교부는 필수 시설 공격이 민간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교량과 발전시설 등 기반시설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주변국으로 번지는 방공 대응
긴장은 쿠웨이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바레인은 공습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비하라고 알렸다. 바레인 군은 방공 시스템으로 여러 차례 공격을 요격했으며 전투 대비 태세를 높였다고 밝혔다. 요르단도 이란 미사일 10기를 요격했다고 발표했고, 카타르 역시 미사일을 막았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도 3개월 만에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와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 확인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사우디 내 일부 지역에서 공습경보와 폭발 보고가 있었다는 전언은 걸프 전체의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쿠웨이트의 항구와 미국 통신센터, 바레인 공군기지와 정보데이터 센터, 요르단 공군기지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중부사령부도 이란 내 감시시설, 군수 기반시설, 지하 무기저장고, 해상 역량 등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상대의 군사 능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을 내세우지만, 실제 충돌 범위는 점점 민간 영역 가까이로 확장되고 있다.

국제사회 우려와 남은 변수
걸프협력회의는 쿠웨이트와 바레인, 요르단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며 민간 기반시설 공격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유엔도 이란과 주변 지역에서 벌어지는 민간 기반시설 공격을 언급하며 분쟁 고조에 우려를 표했다. 국제법상 민간 시설 보호 원칙이 흔들릴 경우, 이후 보복의 기준도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중동 분쟁은 에너지 공급망, 해상 운송로, 국제 원자재 가격과도 연결돼 있다. 발전소와 항만, 공항 등 기반시설이 불안정해지면 해당 국가의 내부 피해를 넘어 글로벌 경제에도 파급될 수 있다. 특히 걸프 지역은 석유·가스 운송과 미군 전략 거점이 밀집한 지역이어서, 작은 오판도 훨씬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관건은 양측이 군사적 명분을 앞세운 보복 악순환을 멈출 수 있느냐다. 외교적 합의 이행이 중단되고 주변국 방공망이 실제 교전에 동원되는 상황에서는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커진다. 민간 기반시설을 둘러싼 공격과 비난이 이어질수록 국제사회의 중재 압박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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