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면서, 핵심 소재인 음극재용 흑연 조달 구조도 흔들리고 있다. 하나증권은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보조금 정책(AMPC)이 사실상 ‘탈중국화 비율’을 수치화해 요구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AMPC가 ‘탈중국화 비율’로 바뀌는 순간
하나증권은 미국이 중국 배터리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때 보고서가 주목한 장치는 생산보조금(AMPC) 지급 조건이다. 특히 ‘실질 지원 비용 비율(MACR)’이 공급망의 탈중국화 정도를 반영해 설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생산에서 차지하는 재료비 중 중국산을 허용하는 비율은 올해 40%에서 매년 낮아져 2030년 15%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즉, 일정 기간이 지나면 중국산 비중이 더 이상 쉽게 유지되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음극재 흑연이 관건…중국 의존도는 ‘마찰 지점’
탈중국화 요구는 배터리 전 공정에 영향을 주지만, 그중에서도 음극재용 흑연이 특히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 보고서는 “이차전지의 용량과 수명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강조하면서, 현재 음극재 흑연에서 중국산 비중을 감안할 때 중국산 허용 비율(2030년 15%)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추가적인 공급 재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증권은 음극재용 중국 흑연 비중이 허용 한도(15%)를 초과해 20%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하며, 이 시나리오에서는 탈중국화가 더 “필수”에 가깝게 작동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ESS(에너지저장장치)에 많이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서는 공급망 다변화 요구가 더 크게 체감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포스코퓨처엠: ‘증설 계획’이 수혜 논리의 핵심
보고서는 중국 외 기업 가운데 음극재용 흑연을 장기적으로 대규모 증설할 계획이 있는 곳으로 포스코퓨처엠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연간 2만2천 톤 규모의 천연 흑연 생산량을 5년 내 7만 톤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아직 생산량이 없는 인조 흑연은 국내와 베트남에서 연간 3만 톤까지 증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처럼 공급량 증대가 계획돼 있다는 점이, AMPC의 탈중국화 조건이 강화될수록 기업들의 원재료 조달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포스코퓨처엠이 양극재 경쟁사 대비 3조3천억 원 규모의 추가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보고서는 시가총액 20조 원 내외의 범위에서 “매수로 대응”을 권고한다는 결론도 덧붙였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포스코퓨처엠은 0.42% 상승한 23만9천 원, 시가총액은 21조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투자 관점의 ‘기대’와 넘어야 할 ‘변수’
다만 탈중국화 정책이 곧바로 기업 매출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MPC 조건이 요구하는 기준이 충족되는지, 각 소재의 실제 납품 계약과 고객사 물량 배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따라 성과의 속도와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흑연은 공급망뿐 아니라 배터리 제조 공정 적합성, 물류·품질 인증, 장기 구매 계약의 구조에 의해 수요가 결정되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번 리포트가 ‘핵심 소재-정책-증설’의 연결고리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전략과 증설 일정이 정책 변수에 연동해 재평가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향후 시장에서 관찰해야 할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의 AMPC/MACR 관련 세부 기준이 실제 운영 과정에서 어떻게 해석·적용되는지다. 둘째, 포스코퓨처엠을 포함한 공급 기업들이 천연·인조 흑연 증설 계획을 일정대로 실행하고, 장기 고객사 수요로 연결시키는 속도다.
탈중국화가 ‘선언’이 아니라 ‘숫자 조건’으로 작동하는 만큼, 소재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동시에 조달 안정성의 지표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 정책이 강화될수록, 배터리 공급망의 승자는 단순 생산능력뿐 아니라 정책 요건을 통과할 수 있는 소재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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