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투자 열기를 등에 업고 올랐던 미국 기술주가 반도체 매도세에 다시 흔들렸다. 17일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 나스닥 종합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은 1.40% 내려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시장 압박의 중심에는 반도체 업종이 있었다. 미국 상장 주요 반도체 종목을 추적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1.63% 하락하며 3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이 지수는 지난달 고점 대비 20%가량 밀리며 약세장 구간에 들어섰다. 엔비디아, AMD, 인텔, 마이크론 등 주요 종목도 대체로 하락했다.
AI 랠리 뒤따른 차익실현
올해 2분기 이후 시장의 핵심 동력은 AI 인프라 투자였다. 데이터센터 확장,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 수요, 메모리 반도체 회복 기대가 겹치면서 관련 종목은 빠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주가가 선반영한 성장 기대가 실제 이익으로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이익을 확정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만 TSMC가 강한 실적을 내놓은 점은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시장은 강한 수요가 곧바로 모든 반도체 기업의 장기 수익성으로 연결되는지에는 신중하다. 고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작은 의구심도 매도 압력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AI 모델도 변수로 부상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고성능 모델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다. 무료 또는 저비용 공개 모델의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면 기업들이 비싼 폐쇄형 모델 대신 자체 커스터마이징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미국 AI 플랫폼 기업의 수익성 전망과, 그 플랫폼 확장을 전제로 한 반도체 수요 기대를 동시에 흔드는 요인이 된다.
지난해와 올해 초 시장은 중국발 저비용 AI 모델이 미국 AI 관련주의 밸류에이션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경험을 이미 했다. 이번에도 투자자들은 AI 수요가 사라진다고 보기보다는, 수요가 어떤 기업의 이익으로 귀결될지 다시 따져보는 국면에 들어섰다.
실적은 견조하지만 기대가 높다
월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반도체와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의 실적 기반은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현재 주가에는 향후 수년간의 고성장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성장 속도가 조금만 둔화돼도 조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넷플릭스가 실적 전망 부진으로 급락한 점 역시 고평가 기술주에 대한 시장의 엄격한 잣대를 보여줬다.
이번 하락은 AI 투자 사이클이 끝났다는 신호라기보다, 투자자들이 속도와 가격을 재조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러나 반도체지수가 약세장 기준에 들어선 만큼 단기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앞으로 시장은 기업 실적,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 중국 AI 모델의 확산 속도를 함께 보며 AI 랠리의 다음 단계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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