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유림 작가의 신간 ‘단정한 작별’은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 해든이를 10년 7개월 동안 돌보고 떠나보낸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해든이는 출생 직후 중증 장애를 갖게 됐고 열아홉 번 수술대에 올랐다. 책은 2023년 7월 딸을 떠나보낸 뒤 남은 사람이 돌봄과 상실의 시간을 어떻게 마주했는지를 담는다.
출판사는 이 책을 단순히 슬픔을 토로하는 책이 아니라 슬픔을 기록하는 책으로 설명했다. 그 표현처럼 ‘단정한 작별’은 감정을 과장하기보다 보호자로 살아온 일상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독자는 한 가족의 사적인 경험을 통해 돌봄 노동의 고단함과 사랑, 죄책감, 고립감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돌봄은 사랑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증 장애 아동을 돌보는 일은 의료, 생활, 감정 노동이 겹쳐진 장기전이다. 병원과 집을 오가고,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에 대비하며, 보호자는 자신의 수면과 휴식까지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런 돌봄의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원문에 소개된 책 속 문장들은 보호자가 느꼈던 피로와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쉬고 싶고 자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하기 어려운 시간이 반복될 때, 돌봄은 한 개인의 의지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과제가 된다. 이는 가족 내부의 헌신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상실 이후에도 기록은 남는다
‘단정한 작별’은 딸의 죽음에 머무르지 않고, 상실을 통과한 사람이 다시 삶 쪽으로 돌아서는 과정을 따라간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뒤 남는 감정은 단순한 슬픔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후회와 안도, 그리움과 죄책감, 기억하고 싶은 마음과 잊고 싶은 마음이 복잡하게 얽힌다.
그런 감정을 문장으로 남기는 일은 독자에게도 의미가 있다. 비슷한 돌봄을 겪는 보호자에게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줄 수 있고, 직접 경험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돌봄의 현실을 이해하게 만드는 통로가 된다. 특히 장애 아동 보호자의 삶은 사회적으로 자주 보이지 않는 영역이기에 기록의 가치는 더 크다.
개인의 고백을 넘어 사회적 질문으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한 가족의 사연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증 장애 아동과 가족을 지원하는 의료·복지 체계가 충분한지, 보호자의 휴식과 심리 지원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지, 지역사회가 돌봄을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단정한 작별’은 슬픔을 소비하는 책이 아니라 돌봄과 상실의 시간을 이해하도록 이끄는 생활문화 기록에 가깝다. 누군가의 가장 아픈 시간을 차분히 읽는 일은, 돌봄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두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