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진 한국배구연맹(KOVO) 신임 총재가 취임과 함께 2군 리그 창설 구상을 공개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이 총재는 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 총재 이·취임식에 앞서 2군 리그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기장에 앉아 있는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프로배구에서 2군 리그는 단순한 보조 대회가 아니라 선수 육성 구조와 직결되는 문제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선수, 신인, 부상 복귀 선수에게 실전 감각을 유지할 무대가 부족하면 팀 전체의 선수층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 리그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정규 경기 출전 기회가 제한된 선수들에게도 지속적인 평가와 성장의 장이 필요하다.
출전 기회가 곧 경쟁력
이 총재가 언급한 ‘앉아 있는 선수들’은 프로배구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고민을 상징한다. 한 시즌 동안 코트에 자주 서는 선수는 제한적이고, 벤치와 훈련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은 실전 경험을 쌓기 어렵다. 특히 배구는 경기 흐름과 호흡, 위치 선정, 순간 판단이 중요한 종목이어서 훈련만으로 모든 감각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2군 리그가 운영되면 젊은 선수들은 더 많은 경기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구단은 선수의 성장 속도와 포지션 적응력을 실제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고,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1군 전력 보강 후보를 더 넓게 살필 수 있다. 팬들에게도 미래 유망주를 먼저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생긴다.

물론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경기장 확보, 운영비, 이동 일정, 중계와 기록 시스템, 선수단 규모 확대 등 리그 운영에 필요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남녀부 구단 수와 일정이 제한된 상황에서 2군 리그를 정규 운영하려면 KOVO와 구단 간 비용 분담 및 운영 방식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국제 경쟁력 회복의 출발점
한국 배구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세대교체와 선수층 문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특정 주전 선수에 의존하는 구조가 길어지면 대표팀과 리그 모두 변화에 취약해진다. 2군 리그 구상은 더 많은 선수가 실전에서 성장하도록 만드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리그 경쟁력은 스타 선수 몇 명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중간층 선수의 기량이 올라가야 팀 간 전력 차가 줄고, 경기 품질도 안정된다. 신인 선수가 빠르게 적응하고 백업 선수가 언제든 주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리그 전체의 수준이 높아진다.
팬 서비스 측면에서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 2군 경기 일부를 지역 행사나 온라인 중계와 연결하면 구단은 팬 접점을 넓힐 수 있다. 유망주 성장 서사가 쌓이면 1군 경기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새로운 관심도 생길 수 있다.

이 총재의 구상은 이제 막 공개된 단계다. 실제 제도화까지는 구단 의견 수렴과 재정 검토, 경기 일정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다만 취임 초기부터 선수 육성과 실전 기회 확대를 화두로 꺼낸 것은 KOVO가 리그의 장기 체질 개선을 주요 과제로 삼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