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도가 숙박세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내년 봄 이후 도쿄를 찾는 여행객의 체감 비용이 높아질 전망이다. 엔저와 가까운 거리, 풍부한 관광 인프라를 이유로 일본 여행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숙박비 상승과 세금 개편이 겹치면 단기 여행 예산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한국경제가 보도한 교도통신 인용 내용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총무상은 도쿄도가 제출한 숙박세 개편안을 승인했다. 핵심은 1박당 100엔 또는 200엔을 매기던 정액 방식을 투숙 요금의 3%로 바꾸는 것이다. 적용 시점은 내년 4월로 예정됐다.
현재 도쿄의 숙박세는 숙박 요금 구간에 따라 고정 금액을 붙이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는 고가 호텔과 중저가 숙소 사이의 세 부담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3% 정률제가 적용되면 객실 가격이 높을수록 세금도 함께 늘어난다. 도쿄도가 관광 수요 확대에 맞춰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1박 요금이 1만5000엔인 호텔을 이용할 경우 기존 숙박세는 200엔 수준이었지만, 새 방식에서는 450엔으로 증가한다. 증가 폭만 보면 두 배를 넘는다. 다만 면세 기준은 기존 1만엔 미만에서 1만3000엔 미만으로 넓어져, 저가 숙소 일부는 과세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다.

숙박세 개편의 배경은 관광 재원 부족
도쿄도가 세제 개편을 추진한 배경에는 관광 관련 지출과 세수의 불균형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도가 2025회계연도에 집행한 관광 시책 비용은 306억엔 규모였지만, 기존 숙박세로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은 69억엔에 그쳤다. 정률제가 시행되면 도쿄도의 연간 숙박세 수입은 190억엔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숙박세는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발생하는 행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안내 체계 정비, 교통 혼잡 대응, 거리 환경 관리, 다국어 서비스 확대 등은 관광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지방정부 예산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도쿄도는 이번 개편을 통해 관광 수요의 혜택과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연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변화는 호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 민박도 새롭게 숙박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 플랫폼을 통한 단기 임대와 민박 이용이 늘어난 만큼 과세 기반을 넓히려는 조치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호텔, 료칸, 민박 등 숙박 형태별 총비용을 비교할 때 세금 조건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일본 전역으로 번지는 숙박세
도쿄와 함께 홋카이도 왓카나이시,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시, 오키나와현 나고시 등 7개 지방자치단체도 숙박세 신설을 승인받았다. 이들 지역은 1박당 200엔 정액제나 숙박료의 1.2~3% 정률제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숙박세를 도입한 지자체는 지난해 말 17곳에서 62곳으로 크게 늘어나게 됐다.
대표 관광지인 교토의 움직임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교토시는 숙박세 상한을 기존 1000엔에서 최대 1만엔으로 올린 바 있다. 지난해 교토 방문객은 6279만명으로 처음 6000만명을 넘어섰고, 관광 소비액도 2조엔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 산업은 성장했지만 주민 불편, 교통 혼잡, 쓰레기 처리와 같은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함께 커졌다.

교토에서는 관광객 버스 요금을 시민 요금보다 높게 책정하는 차등 요금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는 숙박세 인상과 마찬가지로 관광객에게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식이다. 일본 주요 관광지들이 단순히 방문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단계에서, 관광 수요를 관리하고 지역 생활권을 보호하는 단계로 정책 초점을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숙박세 변화가 항공권, 환율, 현지 교통비와 함께 여행 예산의 새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도쿄처럼 호텔 가격 자체가 높은 도시는 정률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가족 여행이나 장기 체류처럼 숙박 일수가 많은 일정이라면 총액 차이가 누적될 수 있어 예약 전 세금 포함 가격을 확인하는 습관이 더 중요해졌다.
이번 개편은 일본 관광 시장의 인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비용 구조 변화다. 단기적으로는 여행객 부담 증가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관광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재원 확보라는 명분이 있다. 도쿄의 결정이 다른 대도시와 관광지의 세제 논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일본 여행의 저비용 이미지는 점차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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