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혈액검사에서 얻은 유전체(DNA)와 전사체(RNA) 정보를 함께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두 정보가 함께 반영될 때 환자를 가려내는 정확도가 높아져, 고가의 영상검사나 고통이 수반되는 뇌척수액 검사를 대체·보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PET·뇌척수액 부담 줄이고, 조기 개입 길 열어”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 등 증상이 뚜렷해지기 훨씬 전부터 병리 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실제 임상에서는 질병을 확인하기 위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CSF) 검사가 자주 활용돼 왔다. PET는 비용이 높고, 뇌척수액 검사는 허리 부위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이 필요해 신체적 부담이 크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의식해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혈액검사에 주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전체는 태어날 때부터 지닌 유전적 위험을, 전사체는 현재 몸속에서 특정 유전자가 얼마나 활성화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타고난 위험과 현재의 생물학적 상태를 동시에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유전체·전사체 결합 결과…고위험군의 환자 비율 80%
이번 연구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신경 영상 이니셔티브(ADNI) 자료와 분당서울대병원 연구 참여자 데이터 등 총 486명의 혈액 유전체·전사체 검사 결과를 분석해 이뤄졌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연구팀은 유전체와 전사체 각각의 위험 점수를 산출한 뒤 두 지표에서 모두 위험도가 높게 나온 집단을 추적했다.

그 결과, 두 지표가 모두 높은 사람들에서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의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전체나 전사체 중 하나만 사용할 때보다 두 정보를 결합했을 때 실제 환자를 가려내는 정확도가 더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왜 ‘혈액’일까…단백질 병리보다 앞선 신호 포착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베타와 비정상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며 뇌세포 손상이 진행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병리 변화를 표적으로 삼는 항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질환이 많이 진행되기 전에 환자를 찾아내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팀이 혈액의 유전정보와 발현 상태를 함께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전체는 개인의 근본적 성향을, 전사체는 현재 시점의 생물학적 변화를 담는다. 보도에 따르면, 두 정보를 결합한 위험도 평가는 PET나 CSF 검사로 확인되는 병리 변화보다 앞선 단계에서 위험군을 먼저 선별하는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관찰연구, 단정은 이르지만…임상 적용 가능성”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혈액검사 기반 선별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연구가 위험군 선별의 정확도를 다룬 만큼, 원인·결과를 단정하기보다는 조기 선별과 후속 정밀검사 연결을 돕는 도구로서의 가치를 먼저 검증한 단계로 해석된다.
연구팀 관계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조기 진단과 치료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항체 치료제 투여 시점을 앞당겨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간편한 혈액 기반 접근은 임상 현장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뒤따른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됐다고 보도됐다.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나…검증 규모·표준화 과제
다만 실제 임상 도입을 위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우선 다양한 인구집단과 의료환경에서 동일한 성능이 재현되는지, 그리고 유전체·전사체 검사 절차 및 분석 알고리즘이 서로 다른 검사실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는지(표준화) 검증이 요구된다.
또한 고위험군으로 선별된 뒤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후속 검사(PET, CSF 등)를 최적화할지, 치료제 시작 시점과의 연계를 통해 임상적 이득(예후 개선)이 나타나는지도 장기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의료현장에서는 “선별의 정확도”뿐 아니라 “환자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성패를 가르는 만큼, 후속 임상 연구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항체 치료 시대의 ‘조기 문턱’이 낮아질까
항체 치료제의 등장으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혈액 유전체·전사체 결합 분석은 ‘첫 관문 검사’를 바꿀 수 있는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만약 대규모 검증을 통해 성능이 확정된다면, 고가·고부담 검사에 앞서 고위험군을 빠르게 추려내는 체계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연구에서 더 큰 데이터셋과 다양한 조건에서의 재현성, 그리고 치료 전략과의 연계 결과가 확인될지 주목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조기 개입이 핵심인 만큼, 혈액 기반 선별법이 실제 임상 경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바꿀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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