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될 만한 ‘가짜 베팅’ 홍보 영상을 제작·배포하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들에게 비용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폴리마켓은 온라인 크리에이터들이 마치 수익성 높은 베팅을 실제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도록 콘텐츠를 만들게 했으며, WSJ가 분석한 1,100여 개의 관련 영상에서는 실제로 이뤄진 베팅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예측시장 자체의 투명성·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예측시장은 이용자들이 특정 사건의 결과에 베팅해 가격(확률)을 형성하는 구조인데, 홍보 영상이 허위에 가깝다면 플랫폼의 영향력과 시장 참여 동기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00개 영상 분석…“당첨처럼 보였지만 실제론 반대”
WSJ는 폴리마켓 관련 1,100개 이상의 ‘기만적(deceptive)’ 클립을 식별하고, 크리에이터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회사가 제공한 제작 지침 자료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수의 영상은 폴리마켓 사이트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화면(“near-perfect copies”)을 기반으로 촬영됐고, 영상 속에서 보여준 거래와 당첨 내역은 실제 시장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됐다. 더 버지(The Verge)는 WSJ 내용을 인용해, WSJ가 확인한 1,100개 이상의 영상에서 대부분의 베팅은 실제로 성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118개 영상에서는 크리에이터가 승리한 것처럼 반응하며 “거의 90만 달러(약 $900,000)” 규모의 수익을 보여준 장면이 포함됐지만, 실제로는 해당 베팅이 성립했다면 손실이 났을 금액(약 $166,000)에 가깝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즉, 영상 속 ‘당첨 서사’는 실제 결과와 반대였다는 것이다.
정교한 흉내와 단서…가짜 사이트·자막·계정 변동
조사 과정에서 영상의 진위를 가르는 단서도 포착됐다. WSJ에 따르면 일부 영상에서는 주소창이나 화면의 세부 요소를 확대해 볼 때, 크리에이터가 방문한 페이지가 ‘polymarket.com’이 아닌 오타에 가까운 다른 도메인(예: poiymarket.com)으로 드러났다. 겉으로는 정교하게 보이더라도, 면밀히 확인하면 허위 제작물임을 추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이 영상 설명이나 프로필에서 자사의 관계를 얼마나 밝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TechCrunch는 WSJ 보도를 인용해, 폴리마켓 측이 크리에이터들에게 “폴리마켓으로부터 지급받았음을 명시하지 말라”는 취지의 안내를 했다고 전했다. 다만 WSJ가 질문을 시작한 이후에는, 일부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약력에 “@polymarket partner” 같은 표시를 추가했다는 내용도 뒤따랐다.
소셜미디어 확산 ‘마케팅 군단’…플랫폼 신뢰성의 문제로
단순히 몇몇 영상의 조작을 넘어,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마케팅 대행사(콘트랙터)가 동원된 정황도 거론됐다. TechCrunch는 WSJ 보도를 바탕으로, 해당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증폭(ampflified)되는 과정에 ‘social-media army’로 표현되는 조직적인 접근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예측시장처럼 정보 신뢰가 중요한 분야에서, 홍보 방식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WSJ의 조사 보도 이후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논란이 된 영상을 자신의 계정에서 삭제하기 시작했고, 폴리마켓이 활용됐다고 지목된 가짜 사이트로 연결되는 일부 페이지도 차단·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응은 한편으로는 확산 억제 목적이었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폴리마켓의 입장과 향후 과제
폴리마켓은 논란에 대해 “정확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시장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TechCrunch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논란이 된 프로모션 콘텐츠에 대해 감사(audit)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핵심 쟁점은 단순히 영상 제작 방식의 문제를 넘어선다. 예측시장은 이용자들이 각종 사건의 확률을 가격으로 반영하는 구조인데, 허위 성공 사례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잠재 이용자 유입과 거래 패턴이 왜곡될 수 있다. 또한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한 대가의 표시 방식, 실제 베팅 결과와의 불일치 여부, 그리고 거래 화면을 흉내 낸 방식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운영됐는지도 향후 조사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향후에는 폴리마켓의 내부 감사 결과와 함께, 논란이 된 콘텐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어떤 기간, 어떤 규모, 어떤 크리에이터가 포함됐는지)가 공개되는지 주목된다. 또 플랫폼이 유사한 홍보 방식에 대한 정책을 얼마나 빠르게 수정할지도 관건이다. 예측시장 영역에서 규제 당국이나 금융·광고 관련 기관의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은 “영상 속 수익”만 보고 진입하기보다, 플랫폼의 실제 거래 성과와 공시 구조, 그리고 베팅 결과의 투명성을 교차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WSJ 조사에서 제기된 사안은 예측시장의 기술보다 먼저 신뢰의 기반을 시험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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