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연구·산업 생태계가 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과 현실적 도전을 동시에 맞닥뜨리고 있다. KAIST와 고려대 연구팀이 체내 지방 대사물질 13-HODE가 암세포의 핵심 성장 경로인 엠토르(mTOR)를 직접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자회사 페니트리움바이오는 전립선암 병용 요법의 임상 1상을 시작한다.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암 진단이 누락된 사례가 국제적으로 다수 보고되며, 연구실 밖에서의 현실적 위험 요인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 세 가지 흐름은 암 치료의 현재를 보여주는 서로 다른 축으로, 향후 환자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지 주목된다.
13-HODE가 엠토르를 억제하는 경로
KAIST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와 고려대 변영주 교수 연구팀이 최근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체내에 존재하는 지질 대사물질인 13-HODE가 암세포의 성장 조절 엔자임인 엠토르(mTOR)의 활성을 직접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엠토르는 세포 성장과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중심 신호로,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될 경우 증식과 전이를 촉진한다. 연구팀은 천연 대사물질 중 엠토르에 결합할 수 있는 후보들을 대량 분석하는 과정에서 13-HODE가 엠토르의 활성 부위에 직접 결합해 작동을 멈추게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13-HODE는 식물성 기름의 구성 성분인 리놀레산이 인체 내 대사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지는 지질 대사물질로, 이를 형성하는 엔자임은 ALOX15다.
연구를 이끈 김세윤 교수는 이 발견이 “인체에서 생성되는 지방 대사물이 암 성장의 핵심 단백질을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향후 지방 대사를 활용한 항암 치료 전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염증이나 노화 관련 엠토르 과활성에서도 이러한 물질들을 차단하는 전략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실험실 수준의 발견에서 출발해 임상 적용 가능성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전립선암 병용 요법의 임상 착수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자회사 페니트리움바이오는 신약 후보물질 페니트리움을 활용한 전립선암 병용 요법의 임상 1상에 진입한다고 발표했다. 임상은 오는 6월 2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시작되며, 표적 항암제 엔잘루타마이드와의 병용으로 진행된다. 이 임상의 주요 목표는 페니트리움의 인체 안전성 평가와 함께 종양 미세환경을 정상화하는 기전을 확인하는 것이다. 페니트리움은 암 조직의 경직된 세포외기질(ECM)을 완화해 기존 항암제가 암 조직 내부로 더 잘 침투하도록 돕는 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 책임자로 지목된 정창욱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이 치료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UC샌디에이고 UCSD 무어스암센터의 라나 맥케이 교수 역시 페니트리움이 엔잘루타마이드의 종양 침투 농도와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임상은 “종양 미세환경을 정상화하는 기전을 확인한다”는 목표 아래 설계되었으며, 전립선암 치료에 새로운 보조적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소식은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팬데믹이 남긴 암 진단의 그림자
또 다른 흐름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고소득 7개국 규모에서 수십 만 명의 암 진단을 누락시켰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연구를 주도한 국제암연구소(IARC) 팀은 2020년 4월에서 12월 사이의 데이터를 분석해 18개 관할 구역의 환자들 가운데 암 진단이 예측 추세 대비 약 16%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립선암의 진단 감소폭이 최대였으며 약 24%가 예측 대비 누락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폐암과 난소암은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된다.
지역별 편차도 뚜렷했다. 팬데믹 초기에 강력한 국경 봉쇄를 실시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진단 감소가 크지 않았으나, 영국과 아일랜드는 전립선암 진단이 각각 54%, 36% 감소하는 등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연구진은 “병원 방문에 대한 두려움”과 의료 시스템의 임상 검사 체계 마비가 누적되면서 검진과 조기 발견이 크게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암의 진단 시점이 늦어지면 치료 효과 역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동아일보 보도에 근거해 전 세계적 맥락에서 재조명됐다.
무엇이 남는가: 앞으로의 연구와 정책적 시사점
3건의 주요 흐름은 상호 보완적이다. KAIST의 13-HODE 연구는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대사물이 엠토르를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향후 항암 치료의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도록 한다. 동시에 페니트리움바이오의 임상은 미세환경의 물리적 장애를 완화해 기존 치료제의 효능을 높이는 전략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팬데믹이 남긴 교훈은 건강 시스템의 탄력성과 대규모 선별 검사 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진단의 지연은 환자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각 국의 보건 정책이 팬데믹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얼마나 신속히 암 검진을 재개하고 유지하는가가 향후 중요한 과제다.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흐름이 결국 환자에게 더 나은 생존과 삶의 질로 이어지려면, 연구 성과의 신속한 임상 전환과 국민 건강 관리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13-HODE의 임상 활용 가능성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엠토르 조절이라는 광범위한 차원의 표적 치료 개발에 새로운 촉매를 제공할 수 있다. 페니트리움의 임상은 실제 환자에 대한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암 치료의 다층적 접근을 확장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진단 누락 문제는 향후 보건 당국이 재난 상황에서도 암 검진 체계를 얼마나 신속히 재가동하고, 기존 검사와 신기술을 어떻게 조합할지에 대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한다.
What’s Next
향후 몇 년간 13-HODE를 비롯한 지방 대사물질 기반의 항암 치료 연구는 더 많은 기초·전임상 검증과 함께, 임상 1상 및 이후 단계에서의 안전성·효능 확인으로 이어질 것이다. 페니트리움의 임상 결과도 암 치료의 새로운 병용 전략으로 자리 잡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다. 한편, 암 진단 누락 문제에 대한 국제적 모니터링은 각국의 검진 체계 개선과 공공 보건 전략의 재정비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팬데믹 이후의 의료 시스템은 이제 실험실의 발견을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 더 빠르고 안전하게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모든 흐름은 결국 환자의 이익으로 수렴해야 한다. 암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이 임상에서 실제로 빛을 보려면, 연구 구상에서부터 임상, 정책까지 각 단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앞으로의 연구 발표와 임상 시험의 결과를 예의 주시하며, 건강 시스템의 탄력성과 예방 중심의 검진 체계 강화가 병행될 때 비로소 암으로부터의 생존율과 삶의 질이 함께 향상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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