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충주의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이 자전거로 부산까지 420㎞를 달리며 또 다른 위기 청소년을 돕는 기부에 나선다. 충주시는 충주 남자단기청소년쉼터 청소년과 관계자들이 3박 4일 일정의 자전거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참가자들은 완주라는 공동 목표와 나눔의 의미를 함께 안고 남쪽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이번 행사는 참가자들이 약속한 구간을 완주하면 후원자들이 미리 정한 금액을 기부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순히 거리를 이동하는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청소년의 도전이 실제 후원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기부 프로젝트다. 올해 모금 목표액은 5000만원이다.
모인 후원금은 국내외 10개국 청소년 100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가정 밖 청소년이 도움을 받는 위치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위기 청소년을 돕는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이 행사의 핵심이다. 자신의 도전과 성취를 사회적 연대로 확장하는 경험인 셈이다.
3박 4일, 420㎞에 담긴 약속
충주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420㎞는 성인에게도 만만치 않은 거리다. 참가자들은 여러 날 동안 긴 오르막과 변화하는 날씨, 누적되는 피로를 견뎌야 한다. 특히 8월의 더위 속 장거리 주행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자전거 상태 점검, 인솔자의 안전 관리가 필수적이다.
쉼터 측이 운영하는 이번 도전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첫 자전거 하이킹이 시작된 2017년부터 매년 이어져 왔다는 것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하나의 청소년 성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반복된 경험을 통해 이동 경로, 안전 수칙, 후원 방식도 축적됐을 것으로 보인다.

참가 청소년들은 여정이 쉽지 않겠지만 끝까지 달리는 모습이 다른 친구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 의지해 부산까지 완주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들의 말에는 개인적인 성취와 동료에 대한 책임, 후원 대상에 대한 연대가 함께 담겨 있다.
가정 밖 청소년은 가정 불화나 학대, 방임 등의 사유로 집을 떠나 청소년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을 뜻한다. 이들은 안전한 거처뿐 아니라 학업 유지, 진로 탐색, 심리적 회복, 자립 준비 등 여러 영역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단기청소년쉼터는 긴급 보호와 상담, 생활 지원을 제공하는 중요한 안전망이다.
도움을 받던 청소년에서 나눔의 주체로
위기 청소년을 다룰 때 어려움과 결핍만 강조하면 당사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보기 쉽다. 이번 프로젝트는 청소년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공동체에 기여할 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완주 과정에서 얻는 자신감은 앞으로의 학업과 진로, 자립 계획에도 긍정적인 자원이 될 수 있다.
장거리 자전거 주행은 체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출발 전 훈련과 역할 분담, 속도 조절, 동료의 상태를 살피는 협력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뒤처질 때 기다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함께 대응하는 경험은 공동생활 속 신뢰를 쌓는 기회가 된다.
기부자가 완주에 맞춰 후원금을 내는 구조도 참가자와 시민을 연결한다. 후원자는 결과를 기다리며 청소년의 여정을 응원하고, 참가자는 자신의 움직임이 누군가의 교육 기회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이처럼 구체적인 행동과 기부의 목적이 연결되면 후원의 의미도 한층 선명해진다.
장학금이 국내외 10개국 100명에게 전달되는 만큼 투명한 모금과 배분 과정도 중요하다. 목표액, 실제 모금액, 지원 대상 선정 기준과 전달 결과를 명확히 안내하면 참여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기부를 희망하는 시민은 충주 남자단기청소년쉼터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완주보다 중요한 안전과 지속성
참가자들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안전은 모든 목표보다 우선해야 한다. 폭염이나 호우가 이어질 경우 일정과 속도를 조정하고, 보호 장비 착용과 휴식 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구간에서는 차량과의 거리 확보, 선두와 후미 인솔, 비상 연락체계가 특히 중요하다.
또한 도전이 끝난 뒤 참가자의 경험을 돌아보고 심리적·교육적 성과를 이어갈 후속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완주 여부와 관계없이 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노력과 협력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참가자도 실패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과정 중심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10년간 이어진 자전거 기부 챌린지는 지역사회가 위기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데도 의미가 있다. 보호의 대상이라는 한 가지 이미지에서 벗어나 도전하고 기여하며 동료를 돕는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민과 기업의 꾸준한 후원이 더해지면 행사 이후의 자립 지원까지 연결될 가능성도 커진다.
420㎞의 여정은 각 참가자에게 서로 다른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함께 달리는 과정과 완주를 향한 약속, 그 결과로 마련될 장학금은 한 번의 행사보다 긴 영향을 남길 수 있다. 충주 청소년들의 도전이 안전하게 마무리되고, 이들이 전하려는 응원이 국내외 또래들에게 온전히 닿을지 관심이 모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