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 연작인 ‘갈릴레오’ 시리즈 10번째 작품 ‘투명한 나선’이 국내 독자들과 만났다. 일본에서는 2021년 발표됐으며, 국내에서는 교보문고 출판 브랜드 북다가 번역 출간했다.
히가시노는 지난달 세상을 떠났지만 한국과 일본 서점가에서는 작품을 다시 읽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40년 넘게 100권 이상의 책을 발표한 그는 치밀한 사건 설계와 범죄 뒤에 놓인 인간의 선택을 함께 다룬 작가로 평가받는다.
30주년 맞은 갈릴레오 시리즈
갈릴레오 시리즈는 1996년 연재를 시작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가 과학적 사고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이는 사건을 풀어가는 구조다. ‘용의자 X의 헌신’, ‘성녀의 구제’, ‘한여름의 방정식’ 등이 이 연작에 포함된다.
‘투명한 나선’은 도쿄 인근 바다에서 총상을 입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된다. 함께 살던 여성은 사라지고, 형사 구사나기가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유카와가 예상 밖의 방식으로 사건과 연결됐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여러 인물이 숨겨온 과거와 관계가 하나씩 밝혀진다. 초반의 단서가 뒤에서 다른 의미를 갖도록 배치된 구성은 히가시노 특유의 반전과 복선 회수의 재미를 만든다. 범인의 정체뿐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선택도 사건의 중요한 축이다.
혈연과 양육을 묻는 이야기
작품은 가족을 단순한 혈연으로만 정의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누가 아이를 낳았는지와 누가 돌보고 책임졌는지 사이의 간극을 사건 속 관계로 보여준다. 독자는 수수께끼를 따라가면서 보호와 희생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게 된다.
오랜 독자에게는 유카와의 개인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전 작품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부모와 출생 배경이 사건의 흐름과 맞물린다. 시리즈를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독립된 사건으로, 기존 팬에게는 인물의 빈칸을 채우는 작품으로 기능한다.
히가시노는 갈릴레오 외에도 가가 교이치로 형사 시리즈와 ‘악의’, ‘편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폭넓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범죄의 해결 이후에도 남는 사회적 낙인과 법의 한계, 후회와 선택을 꾸준히 탐구했다.

마지막 완성작도 국내 출간 준비
작가의 마지막 완성작 ‘영원한 기억’ 역시 갈릴레오 시리즈다. 형사 우쓰미가 70대 남성에게 습격당한 뒤 유카와와 구사나기가 범인의 소지품을 단서로 배경을 추적한다. 일본판에는 ‘갈릴레오, 마지막 수수께끼’라는 부제가 붙었다.
북다는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국내 판권 계약을 마쳤으며 번역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번역자와 발매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통상적인 제작 기간을 고려하되 국내 독자의 관심에 맞춰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투명한 나선’과 뒤이을 유작은 한 작가의 긴 창작 여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독자에게 남은 것은 마지막이라는 수식어뿐 아니라, 과학적 논리와 인간적인 질문을 함께 밀고 나간 갈릴레오 시리즈의 결말을 각자의 속도로 읽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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