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성적표가 시장의 우려보다 견조하게 나오고 있다. 고유가와 물가 압력, 높은 금리 부담이 동시에 이어졌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구성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은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이번 실적 흐름은 미국 증시가 거시경제의 부담과 기업 수익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고 있는지 가늠하게 하는 지표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S&P 500 기업 가운데 약 61%가 4~6월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이미 발표된 수치와 아직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의 시장 전망치를 합산하면, 전체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4%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예상을 넘긴 기업 비중도 높아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시장 전망치를 웃돈 곳의 비율은 86%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시즌 종료 때까지 유지된다면 최근 5년 평균인 78%, 최근 10년 평균인 76%를 모두 크게 웃돌게 된다. 기업들이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한 뒤 이를 넘어서는 경향을 고려하더라도, 이번에는 호조가 특정 몇몇 기업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실적 개선을 쉽게 예상하게 하는 환경은 아니었다. 2분기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넘는 수준으로 올라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채권시장 매도세에 따라 실질금리도 상승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가계의 소비 부담을 함께 높였다. 소비심리 역시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이익은 예상 밖의 탄력을 보였다. 인공지능 투자 효과가 실적에 반영된 대형 기술주가 성장을 이끌었고, 높은 유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은 에너지 업종도 힘을 보탰다. 금융과 방위산업 등 다른 분야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결과가 확인되면서, 시장이 기대한 것보다 넓은 업종에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빅테크를 빼도 남는 실적 개선
일부 대형 기업의 비상장 지분 가치 상승이 전체 지표를 끌어올렸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팩트셋은 이례적인 평가이익 영향이 컸던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실적을 공개한 기업들의 조정순이익은 컨센서스를 9.2%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특정 기업의 일회성 효과만으로 실적 개선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실제 결과와 미발표 기업의 전망치를 함께 계산한 조정순이익도 시장 예상보다 28.8% 높은 수준으로 제시됐다. 향후 발표가 이어지면서 이 수치는 달라질 수 있지만, 어닝시즌 중간 시점의 분위기는 기대보다 강한 편이다. 투자자들은 남은 기업들의 실적뿐 아니라 이들이 제시할 하반기 전망과 비용 관리 계획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기술과 에너지 업종을 넘어 호조세가 확산되는지가 특히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몇 개 대형주에 실적 개선이 집중될 경우 지수의 상승과 실물경제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러 업종이 고르게 이익을 늘린다면 기업 수익 기반이 넓어졌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고유가 체감 부담과의 간극
다만 기업 이익의 호조가 모든 가계의 여건 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유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은 저소득·중산층 가구의 실질 구매력을 압박할 수 있다. 기업 실적과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이는 동안 소비자들이 비용 상승을 크게 체감한다면, 소득과 자산의 격차를 둘러싼 논의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어닝시즌은 미국 경제가 역풍 속에서도 기업 부문의 회복력을 유지하는지 보여주는 시험대다. 남은 실적 발표와 고용·물가 지표, 유가의 향방이 함께 확인돼야 현재의 강한 이익 증가세가 지속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숫자상 호조와 생활경제의 부담이 엇갈리는 상황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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