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손실 규모가 56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해외 투자은행의 분석이 제기됐다. 단기간에 기초자산 가격의 몇 배로 수익과 손실이 움직이는 상품에 개인 자금이 집중된 만큼, 시장 반등 기대와 손실 확대 위험이 동시에 커진 모습이다.
29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담당자는 기관투자자 대상 논평에서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이 지난달 고점 이후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해당 분석은 씨티 리서치팀의 공식 보고서가 아니라 트레이딩 부문 전략가의 시장 논평으로 알려졌다.
분석에 따르면 관련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은 지난달 22일 약 76조4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27조6000억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고점 대비 감소분에 이후 신규 설정액까지 고려하면 개인투자자의 전체 손실은 약 56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계산이다.
반도체주 레버리지 상품에 손실 집중
손실 추정치가 특히 크게 나타난 분야는 반도체주 관련 상품이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약 24조7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피200 레버리지 상품의 감소 규모는 약 15조3000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의 감소 규모는 7조3000억원 이상으로 제시됐다.

개인투자자는 주가 하락 이후에도 반도체 대형주를 계속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이후 SK하이닉스 순매수액은 약 2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고, 이 기간 매수분에서만 약 8조300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평균 매수가는 228만원, 손실률은 31.6% 수준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매수분에서도 약 3조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함께 나왔다. 이는 개인투자자가 가격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추가 진입했지만, 하락 폭이 커지면서 단기 손실이 확대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변동성 관리가 핵심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나 개별 종목의 일일 등락률을 배수로 추종하도록 설계된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이 빠르게 커질 수 있지만, 하락장이나 등락이 반복되는 장세에서는 손실도 빠르게 불어난다. 특히 장기 보유 시 복리 효과와 변동성 누적으로 실제 수익률이 투자자가 기대한 단순 배수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분석은 개인투자자들이 아직 대규모 투매에 나서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담고 있다. 이는 향후 가격 반등 시 손실 회복 가능성을 남기는 요인이지만, 반대로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매도 압력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씨티 측 전략가는 한국 증시가 거품 구간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아직 저평가 단계라고 보기는 이르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증시 조정의 원인이 하나로 단정되기는 어렵지만, 고위험 상품에 집중된 개인 자금 흐름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계속 주목받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 투자에서 손실 가능성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초자산의 방향성뿐 아니라 보유 기간, 변동성, 추가 매수 여력, 손절 기준을 함께 따져야 하며, 단기 반등 기대만으로 투자 비중을 키우는 전략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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