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작은 해안 도시 키아마에서 약 150년간 행방이 묘연했던 책 한 권이 공공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이 책은 최근 한 주택의 벽난로 안에서 발견됐고, 오랜 시간 대출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디지털 목록과 빠른 회전율이 익숙한 오늘의 도서관 환경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물건 한 권이 품은 긴 시간의 이야기다.
반납된 책은 1858년에 출간된 고대 그리스 유물 관련 서적이다. 키아마 도서관은 1872년 문을 열었으며, 이 책은 개관 초기 소장본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서관은 개관 뒤 수년 안에 책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발견 당시 책은 주택 리모델링 과정에서 밀폐된 벽난로 안의 차 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
가족의 집 안에 남아 있던 뜻밖의 기록
책을 찾아낸 로스 시몬스 씨는 자신의 고조할아버지 존 시몬스가 이 책을 빌렸을 가능성을 추정했다. 다만 당시 대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아 누가, 언제, 어떤 경위로 책을 가져갔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오래된 물건이 가족사와 지역사의 경계에서 발견되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공공기관의 소장품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더 특별하게 받아들여진다.

도서관 입장에서도 반납 자체가 중요한 사건이다. 초기 소장 도서는 규모가 크지 않았고, 그 시기의 책들은 지역 공동체가 무엇을 읽고 어떤 지식에 관심을 뒀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책의 내용뿐 아니라 도서관으로 되돌아오는 과정도 지역의 문화적 기억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
화제가 된 것은 오래된 연체료 계산이다. 당시 책 안에 적힌 규정에는 일주일마다 3펜스의 연체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를 현재 물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만8천 호주달러, 우리 돈 약 2천840만원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도서관은 실제로 비용을 청구할 수 없고, 그럴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체료보다 중요한 것은 되돌아온 자료
대출자 기록이 사라진 데다 책에도 마지막 이용자를 특정할 표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반납은 벌을 매기는 문제보다 사라졌던 지역 자료가 다시 공공의 공간으로 돌아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도서관은 책을 지역 역사 자료실에 전시할 계획이다.
키아마 도서관장은 이렇게 오래된 책이 돌아온 사례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앞으로 다시 일반 대출에 나가지 않을 전망이다. 보존 상태를 점검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시민들이 지역의 역사를 직접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한 권의 책이 벽난로 속에 놓인 채 세대를 건너온 시간은 도서관의 역할도 되짚게 한다. 도서관은 새 책을 빌려주는 곳인 동시에, 공동체가 남긴 기록을 모으고 다시 연결하는 장소다. 이번 반납은 잃어버린 자료가 우연히 발견된 사건을 넘어, 개인의 공간에 머물던 기억이 공공의 기록으로 복귀한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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