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서관에 몰리는 ‘AI 피하기’ 수업, 빅테크 피로감이 만든 새 디지털 문해력

2026년 7월 26일 일요일, 'AI·테크' 카테고리에 게시된 뉴스입니다. 제목 : 미국 도서관에 몰리는 ‘AI 피하기’ 수업, 빅테크 피로감이 만든 새 디지털 문해력...

미국 공공도서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능을 피하거나 끄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이 예상 밖의 호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폰, 검색, 이메일, 운영체제 곳곳에 AI 보조 기능이 기본값처럼 들어오면서, 이를 편리함이 아니라 부담으로 느끼는 이용자들이 도서관 강의실로 모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남부의 한 도서관 사서 찰리 베일리는 ‘Avoiding AI’라는 이름의 워크숍을 열고 애플 인텔리전스, 구글 제미나이 등 주요 기기와 플랫폼의 AI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절차를 설명했다. 강의는 단순히 버튼 위치를 안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 챗봇과 소비자용 AI 도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경우에 쓸 수 있고 어떤 이유로 거부할 수 있는지를 함께 다뤘다.

AI를 배우는 수업에서 AI를 끄는 수업으로

도서관의 디지털 교육은 오랫동안 컴퓨터 입문, 이메일 사용법, 온라인 신청 절차처럼 접근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운영돼 왔다. 이번 흐름은 그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방향이 다르다. 이용자가 새 기술을 무조건 채택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기와 서비스에서 원치 않는 기능을 분별하고 통제하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베일리는 AI 도구가 일상 속에 갑자기 들어왔고, 이용자가 이를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선택지가 흐릿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수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수업 참가자들은 강사의 안내에 따라 휴대전화를 꺼내 설정 메뉴를 확인하고, 검색 결과나 메일 작성 화면에 붙은 AI 기능을 줄이는 방법을 따라 했다. 기술 교육의 주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무엇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가’로 확장된 셈이다.

스마트폰 AI 설정을 확인하는 도서관 워크숍 참가자
기사의 핵심 내용을 시각화한 AI 이미지입니다. 도서관 이용자들이 기기 설정에서 원치 않는 AI 기능을 끄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 아이디어는 메인주의 사서 해나 사이러스가 먼저 개발한 워크숍에서 확산했다. 사이러스는 도서관 이용자들로부터 AI 기능을 끄는 방법, 이메일을 자동으로 요약하거나 작성하려는 기능이 왜 나타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고, 이를 계기로 기초 설명과 비활성화 안내를 결합한 수업을 만들었다. 평소 입문 수업보다 훨씬 많은 신청자가 몰리면서 온라인 중계까지 병행해야 했다.

불편함의 배경에는 플랫폼 피로가 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단순한 신기술 거부와는 거리가 있다. 일부는 직장에서 반복적으로 AI 도구 사용을 요구받는 데 피로를 느꼈고, 일부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과 지역 환경 영향을 걱정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검색 결과나 업무 화면에 원치 않는 요약과 제안이 끼어드는 상황 자체를 부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든 AI 활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기사에 등장한 사서들은 오래된 문서를 스캔할 때 쓰이는 광학문자인식처럼 유용한 자동화 기술을 인정했다. 핵심은 AI라는 범주 전체가 아니라, 빅테크 기업이 이용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사용 경험을 바꾸는 방식에 대한 반발이다.

이런 흐름은 소비자 기술 시장에 중요한 신호를 준다. 기업들은 AI 기능을 제품 경쟁력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 이용자에게는 빠른 도입보다 명확한 설명, 쉬운 해제, 데이터 사용에 대한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 기능이 강력할수록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빅테크 서비스와 개인 선택권을 상징하는 디지털 화면
기사의 배경과 파장을 설명하는 AI 이미지입니다. 플랫폼에 기본 탑재된 AI 기능과 이용자 선택권 사이의 긴장을 표현합니다.

디지털 문해력의 기준이 바뀐다

공공도서관이 이 논의의 무대가 된 점도 의미가 있다. 도서관은 특정 기업의 제품 판매와 거리가 멀고,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이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서들이 AI 회피법을 가르치는 장면은 기술 채택을 둘러싼 시민 교육이 제품 홍보나 기업 도움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비슷한 수업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운영체제와 앱 업데이트가 계속될수록 AI 기능은 더 깊숙이 들어가고, 끄는 방법은 서비스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용자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 메뉴 위치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새 기능이 나타났을 때 데이터와 권한, 기본 설정을 점검하는 습관이다.

AI 피하기 워크숍의 인기는 기술 발전에 대한 역행이라기보다 선택권을 둘러싼 균형 요구로 볼 수 있다. 편리함을 원하는 이용자에게 AI 기능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원치 않는 이용자에게는 조용히 물러설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현상은 AI 시대의 디지털 문해력이 사용법뿐 아니라 거절하는 법까지 포함하게 됐음을 보여준다.

알짜킹A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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