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의 해상봉쇄 위협에 맞서 홍해 입구의 핵심 통항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선박 보호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후티가 사우디를 겨냥한 해상봉쇄를 선언한 뒤 나온 대응으로, 중동 안보 불안이 해상 물류와 에너지 수송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은 20일 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인도법과 유엔해양법협약에 부합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군 대변인 투르키 알말키 소장은 후티의 선박 위협을 국제법 위반이자 해적행위로 규정하며 신속하고 강한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에너지와 물류의 좁은 관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라비아해,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수로다. 중동산 원유와 각종 원자재, 소비재가 이 항로를 거쳐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이동한다. 이 해협의 통항이 불안정해지면 선박 운항 비용이 오르고 우회 항로 선택이 늘어날 수 있어, 해운과 에너지 시장 전반에 파급이 생긴다.
이번 긴장은 후티가 사우디의 공항·항만 봉쇄를 주장하며 보복 차원의 해상봉쇄를 선언한 데서 비롯됐다. 후티 대변인 야히야 사리는 사우디가 후티 통제 지역인 예멘 사나 공항을 폭격하고 항만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봉쇄를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사우디 측은 후티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알말키 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300척 이상의 상선이 식량, 물품, 석유, 건설자재 등을 싣고 예멘 호데이다와 살리프, 라스이사 항구에 입항했다고 설명했다. 사나 국제공항 운항 재개가 지연된 책임도 후티 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법 명분 앞세운 사우디 대응
사우디는 이번 대응의 근거로 국제인도법과 유엔해양법협약을 들고 있다. 무력 분쟁 상황에서도 민간 선박과 민간인을 직접 겨냥해서는 안 되며, 국제수로에서 자유로운 항행을 부당하게 막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단순한 군사 대응을 넘어 국제사회에 후티 압박 명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사우디 외무부도 별도 성명을 통해 후티의 해상봉쇄 선언을 규탄했다. 외무부는 후티를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지칭하며 예멘 합법정부와 예멘 국민에 대한 지지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안보 문제와 예멘 내전 구도를 함께 묶어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해 불안이 공급망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
관건은 후티의 위협이 실제 선박 공격이나 운항 차질로 이어질지다. 후티는 과거에도 홍해 항로에서 선박을 위협하거나 공격한 전력이 있어 해운사와 보험업계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위험이 커지면 보험료와 운임이 오르고, 일부 선박은 아프리카 남단을 도는 장거리 우회 항로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흔들릴 경우 시장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긴장이 높아지면 중동산 에너지 공급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증폭된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장기적으로는 각국이 에너지 수입선과 비축 전략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사우디의 발표가 억지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측면도 있다. 후티가 봉쇄 방식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우디가 먼저 선박 보호와 국제법 위반 대응을 강조한 것은 추가 도발을 막고 해상 운송 시장의 불안을 낮추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향후 실제 통항 차질 여부와 주변국, 주요 해운사의 대응이 이번 사태의 파장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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