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전쟁을 둘러싼 여론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쟁점은 단순한 광고 집행이 아니라 인공지능 문자, 보수 성향 미디어, 인플루언서, 생성형 AI 검색 환경까지 동원하는 방식에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은 미국 정치권과 가까운 디지털 전략가를 포함한 외부 조직과 계약을 맺고, 미국 유권자와 온라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메시지 확산을 추진했다. 규모는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고, 가자 전쟁과 이란 관련 충돌 이후 악화한 미국 내 인식을 되돌리는 것이 핵심 목표로 거론됐다.
AI 문자는 여론조사와 설득의 경계를 흐린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AI를 활용한 문자 메시지다. 미국인들에게 중동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형식의 문자가 발송되고, 수신자가 응답하면 사람이 아닌 대화형 AI가 후속 대화를 이어가는 구조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여론 확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방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반응 데이터를 모으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 방식은 기존 정치 광고보다 더 개인화된 접촉을 가능하게 한다. 문자 수신자는 자신이 설문에 참여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대화 과정에서 정치적·외교적 입장이 설계된 문장으로 제시될 수 있다. 특히 단체의 실체나 후원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면 투명성 논란은 더 커진다.

국제 분쟁에서 여론전은 낯선 일이 아니다. 각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외신 인터뷰, 광고, 싱크탱크 행사, 로비 조직을 통해 자국 입장을 알려 왔다. 그러나 AI가 들어오면 메시지 생산과 확산 속도, 대상 세분화, 반응 분석 능력이 크게 달라진다. 외교 홍보와 정보 조작 사이의 선이 더 흐려지는 이유다.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전략도 함께 움직인다
이번 캠페인에는 보수 성향 매체 광고와 인플루언서 활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정치 성향의 시청자나 팔로어를 겨냥해 메시지를 반복 노출하고, 전쟁을 둘러싼 도덕적·안보적 해석을 유리하게 구성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미국 대선과 의회 정치가 국제 현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생성형 AI 답변 환경을 겨냥했다는 점이다. 친이스라엘 콘텐츠를 담은 웹사이트를 구축해 챗봇이나 검색형 AI가 관련 질문에 답할 때 해당 자료를 인용하도록 유도하는 구상은, 정보 소비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이용자가 전통 언론이 아니라 AI 답변을 통해 국제 뉴스를 접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이런 전략의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런 접근은 역효과를 낳을 위험도 있다. 전쟁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진 상황에서 외국 정부가 미국 시민을 상대로 은밀하거나 과도하게 개인화된 홍보를 벌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오히려 불신이 깊어질 수 있다. 여론을 설득하려는 시도가 여론 조작 논란으로 번지는 순간 메시지의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전쟁 홍보의 투명성 기준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사안은 미국 내부 정치에도 민감하다. 이스라엘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예전보다 약해지고, 젊은 층과 일부 보수 진영에서도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외국 정부의 여론 캠페인은 정치적 논쟁을 자극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여론 조작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은 파장이 작지 않다.

앞으로 관건은 캠페인의 자금 출처, 계약 구조, 메시지 발송 주체, AI 대화의 고지 여부가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되느냐다. 국제 홍보 자체가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AI가 시민과 직접 대화하고 정치적 태도 형성에 개입한다면 최소한의 공개 기준과 책임 소재가 필요하다.
중동전쟁은 전장뿐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 소셜미디어 피드, 생성형 AI 답변창에서도 치러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AI 여론전 논란은 현대 국제정치에서 정보전의 방식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민주적 공론장이 외국 정부와 플랫폼, AI 도구의 결합 앞에서 어떤 투명성 원칙을 세워야 하는지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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