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년 만에 법정공휴일로 다시 지정된 제헌절에도 국회는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78주년 제헌절 경축식이 국회에서 열렸지만, 여야는 두 달째 이어지는 국회 공전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평행선을 달렸다. 여기에 검찰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여론조사 결과까지 공개되면서 정치권의 제도 개편 논의는 한층 복잡해졌다.
제헌절 경축식에는 국회의장 등 4부 요인과 각 정당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현행 헌법을 시대 변화에 맞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내년에 국민주권 개헌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대통령 계엄선포권 제한 등 비교적 합의 가능성이 큰 과제부터 논의를 시작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경축식의 상징성과 별개로 국회 운영은 여전히 막혀 있다. 민주당의 단독 원 구성에 반발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해 온 국민의힘에서는 정점식 원내대표가 경축식에 참석했지만, 장동혁 대표는 불참했다. 여야 모두 헌법과 민생을 말했지만 실제 의사일정 복귀와 협상 재개에서는 접점을 만들지 못했다.
원 구성·특검·필리버스터까지 겹친 대치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민생 현안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맞선다. 국민의힘은 국회 복귀 조건으로 다음 국회부터 국회의장은 제1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은 제2당이 맡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충분한 숙의와 토론이 없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선관위 특검 추천 방식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제3자 추천 방식을, 국민의힘은 야당 추천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종합특검 수사 기간 연장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예고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 정상화 논의가 절차와 권한 배분 문제에 막혀 있는 셈이다.
제헌절은 헌정 질서와 의회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하지만 올해 정치권의 모습은 제도적 기념일과 현실 정치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다. 개헌 논의가 제안됐지만, 당장 국회 문을 열고 법안을 논의할 최소한의 합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완수사권 여론, 검찰 개편 논의 변수
같은 날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1%,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23%로 나타났다. 보완수사권은 검사가 경찰 수사에 부족한 점이 있다고 판단할 때 직접 추가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유지론은 경찰 견제와 부실 수사 방지를 이유로 들고, 폐지론은 기소와 수사의 분리 원칙을 강조한다.
정당 지지층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유지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무당층에서도 유지 의견이 우세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유지 46%, 전면 폐지 39%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이념 성향별로도 보수와 중도에서는 유지론이 앞섰고, 진보층에서는 유지와 폐지 의견이 비교적 팽팽했다.

이 결과는 검찰 개편을 추진하는 정치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큰 틀의 개편안에는 민주당 지지층의 찬성 여론이 강했지만,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에서는 내부 지지층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회 공전과 수사권 논쟁은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결국 입법부가 제도 개편을 설계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능력의 문제로 이어진다. 여야가 제헌절의 의미를 말로만 강조하는 데 그친다면 개헌, 특검, 검찰 개편 같은 민감한 의제는 계속 정쟁 속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이 먼저 국회 정상화의 최소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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