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가 스마트폰 제조와 반도체 생태계에 대규모 인센티브를 다시 꺼내 들었다. 애플 아이폰 조립을 계기로 커진 제조 기반을 더 넓히고, 중국에 집중된 글로벌 전자 공급망의 일부를 자국으로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인도 정부는 7월 15일 모바일폰 제조 지원책을 공개했다. 5년 동안 6천250억 루피, 약 65억 달러를 투입해 스마트폰 제조사의 적격 매출에 따라 2.25%에서 5%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핵심 부품과 하위 조립품을 인도 안에서 조달하면 추가로 1.5%를 받을 수 있다.
동시에 반도체 분야 지원도 확대했다. 인도는 2021년 시작한 100억 달러 규모의 칩 인센티브를 키워 장비, 소재, 설계, 연구개발까지 더 넓은 범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추가 투입 규모는 1조2천800억 루피, 약 133억 달러로 제시됐다.
조립에서 부품·설계로 넓히는 전략
인도는 이미 지난 10년 동안 스마트폰 조립 거점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애플은 2017년부터 인도에서 아이폰 조립을 시작했고, 폭스콘과 타타그룹 등 협력사를 통해 생산량을 늘려 왔다. 현재 애플 아이폰의 약 4분의 1이 인도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중국계 브랜드도 인도 생산망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는 중국 비보와 인도 전자업체 딕슨 테크놀로지스의 스마트폰 제조 합작을 승인했다. 일부 휴대전화와 전자 부품의 수입 관세를 낮춘 조치도 애플, 샤오미 등 제조사 비용 부담을 줄이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단순히 더 많은 완제품을 조립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도는 부품, 하위 조립품, 설계, 연구개발까지 국내에서 이뤄지는 비중을 높이려 한다. 최종 조립은 이미 성과를 냈지만, 핵심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제조 부가가치와 기술 축적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중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그러나 인도가 중국을 곧바로 대체하기는 어렵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 생산의 63%를 차지했고, 인도는 18% 수준이었다. 중국은 부품 업체, 장비, 숙련 인력, 물류망이 촘촘하게 결합된 거대한 제조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인도의 새 제도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장기 투자에 가깝다. 정부는 2031년 3월까지 이어지는 5년 프로그램을 통해 약 39조 루피, 4천50억 달러 규모의 휴대전화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직접 일자리 6만 개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는 부품 현지화가 비용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메모리 등 주요 부품 가격이 오르고, 루피 약세가 수입 비용을 높이는 상황에서는 국내 조달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인도 정부가 추가 인센티브를 붙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애플 공급망 다변화의 시험대
이번 정책은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와도 맞물린다. 미중 갈등, 관세 리스크, 중국 내 생산 집중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애플은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생산 거점을 분산해 왔다. 인도의 제조 기반이 깊어질수록 애플 협력사들도 부품 조달과 고부가 생산을 현지로 옮길 유인이 커진다.
인도는 자국 브랜드 육성도 목표로 내세웠다. 과거 마이크로맥스, 카본, 라바 같은 인도 휴대전화 브랜드가 있었지만, 샤오미와 비보, 오포 등 중국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영향력이 약해졌다. 새 프로그램에는 인도 브랜드의 제품 설계와 연구개발을 겨냥한 추가 3%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결국 관건은 인도가 조립 공장을 많이 세우는 단계를 넘어, 공급업체와 설계 역량, 반도체 기반까지 함께 키울 수 있느냐다. 아이폰 조립 확대는 인도가 글로벌 제조 경쟁에서 기회를 얻었다는 신호였지만, 중국식 제조 생태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과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
이번 인센티브는 세계 전자업계가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려는 흐름을 제도적으로 붙잡으려는 시도다. 성공한다면 인도는 스마트폰 생산의 보조 거점을 넘어 핵심 공급망 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 실패한다면 조립 비중만 커지고 부가가치는 여전히 해외 부품망에 남는 한계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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