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12개 주 법무장관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대형 합병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이번 소송은 약 1천100억 달러 규모로 알려진 거래가 영화 배급, 케이블 채널 라이선스,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둘러싼 반독점 논쟁이다.
캘리포니아주 롭 본타 법무장관이 주도한 연합에는 애리조나, 콜로라도,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네바다, 뉴저지, 뉴멕시코, 뉴욕, 오리건, 워싱턴주가 함께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두 회사의 결합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약화하거나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업 결합을 금지한 클레이턴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극장 배급과 케이블 시장이 핵심 쟁점
주 법무장관들은 합병이 세 영역에서 경쟁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전국 개봉 영화 배급, 흥행 상위권 영화 배급, 그리고 기본 케이블 채널 라이선스 시장이다.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는 모두 오랜 스튜디오 자산과 프랜차이즈를 가진 회사라, 결합 이후에는 극장과 배급사, 유료방송 사업자가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소송 측은 거래가 승인될 경우 결합 회사가 미국 영화 배급 시장의 27%, 블록버스터 영화 배급의 30%, 기본 케이블 채널 시장의 27%를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회사 규모 확대가 아니라 관객이 접할 수 있는 작품의 폭과 제작자에게 열리는 기회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본타 법무장관은 성명에서 시장 집중이 가격 상승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제작되고 유통될 기회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디어 산업의 반독점 논의가 소비자 가격만이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과 표현의 통로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무부 승인 뒤에도 남은 주 정부 변수
이번 거래는 이미 여러 관문을 통과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주주들은 지난 4월 거래를 승인했고, 미국 법무부도 경쟁이나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거래를 허용한 바 있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는 5월에 거래가 9월 마무리를 향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 정부 차원의 소송은 별도의 변수다. 미국 반독점 집행은 연방 정부만의 영역이 아니며, 주 법무장관들도 소비자와 지역 시장에 미칠 영향을 근거로 대형 거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특히 영화관, 케이블 배급사, 지역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쟁점으로 제시되면 연방 승인 이후에도 거래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파라마운트 측은 결합 스튜디오가 매년 30편의 영화를 개봉할 수 있다며 경쟁 축소 우려에 반박해 왔다. 회사 입장에서는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 등 더 큰 디지털·미디어 경쟁자를 상대하려면 규모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다. 반면 소송을 낸 주들은 규모의 경제가 소비자 선택권과 유통 협상력의 약화를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스트리밍 재편의 다음 시험대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파라마운트 플러스와 HBO 맥스가 같은 기업 울타리 안에 들어가고, CBS·MTV·CNN·HBO 등 주요 방송·케이블 네트워크도 한 포트폴리오로 묶인다. 이는 스트리밍 시장의 수익성 압박, 케이블 가입자 감소, 제작비 부담이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미디어 기업들이 선택한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장 재편이 빨라질수록 규제 당국의 질문도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콘텐츠 제작과 배급, 플랫폼 운영을 한 회사가 동시에 장악할 때 경쟁사는 어떤 조건으로 콘텐츠를 사고팔 수 있는지, 극장은 어떤 영화를 어떤 조건으로 상영할 수 있는지, 소비자는 더 다양한 선택지를 얻는지 등이 핵심 평가 기준이 된다.
이번 소송의 결론은 단일 거래의 성패를 넘어 미국 미디어 산업의 다음 통합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법원이 주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대형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플랫폼 간 추가 결합에는 더 높은 법적 부담이 붙을 수 있다. 반대로 거래가 유지된다면 미디어 기업들은 글로벌 플랫폼 경쟁을 이유로 더 적극적인 통합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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