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선박에 이른바 안전보장 통행료를 물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들어선 가운데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시장 불안의 중심에 섰다. 유가 상승은 원유 선물시장에 그치지 않고 운송비, 정유 비용, 소비자 물가로 이어질 수 있어 각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미 동부시간 오후 5시 29분 기준 전날보다 9.23% 오른 배럴당 78.0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9%대 상승한 배럴당 83.15달러를 나타냈다. 하루 변동폭으로는 시장이 지정학적 위험을 상당히 크게 반영한 움직임이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다시 가격에 반영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외부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이 지역에서 봉쇄, 통행 제한, 군사 충돌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원유 시장은 공급 차질 위험을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실제 물동량이 즉시 줄지 않더라도 보험료, 선박 운항 비용, 대체 항로 확보 비용이 함께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가 급등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이 다시 부각된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항구와 연안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에 선적 가액의 20%를 안전보장 통행료 명목으로 징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이를 원유 수송 비용을 직접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로 받아들였다.

원유 가격은 공급량뿐 아니라 위험 프리미엄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중동 해상로에서 군사적 긴장이 커지면 정유사와 운송사는 실제 원유 구매 가격 외에도 보험, 운임, 재고 확보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 비용은 선물 가격에 반영되고, 다시 국내외 석유제품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유인이 커진다.
국내 물가와 기업 비용에도 변수
국제유가 상승은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원유 도입 단가가 오르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뿐 아니라 항공, 해운, 화학, 제조업 전반의 비용 구조가 흔들린다. 이미 고금리와 물가 부담을 겪는 가계에는 주유비와 공공요금 부담으로, 기업에는 물류비와 원재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정책 당국의 대응도 복잡해진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하 여지를 넓히려던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까지 오르면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유가 충격은 중앙은행과 재정 당국 모두에게 까다로운 변수다.

다만 이번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중동 정세와 실제 해상 통제의 강도에 달려 있다. 발언이 협상용 압박에 그치거나 물류 차질이 제한적이라면 가격은 일부 되돌림을 보일 수 있다. 반대로 통행료 논의가 구체화되고 선박 운항에 실질적 장애가 발생한다면 원유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정치적 발언이 실제 공급 비용으로 얼마나 전환되느냐다. 유가는 세계 경제의 기초 비용을 결정하는 지표인 만큼, 이번 급등은 중동 리스크가 여전히 에너지 시장과 물가 전망을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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