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과 중동 물류망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는 미국 동부시간 14일 오후 4시부터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제유가는 장중 급등했고, 두바이 소유 물류기업 DP월드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UAE 동부 해안 항만 구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봉쇄 재개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이 이어진 뒤 나온 조치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과 물자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 조치가 현실화하면 이란 경제뿐 아니라 해협 주변의 민간 선박 운항에도 직접적인 부담이 생긴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이곳의 통항 위험이 커질 때마다 유가와 해상 보험료, 운임은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시장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장중 9% 넘게 뛰었고, 브렌트유 선물도 비슷한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화물에 대해 안전보장 통행료 성격의 부담을 언급한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실제 봉쇄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유가 급등은 산유국과 소비국 모두에 다른 방식으로 압력을 준다. 산유국에는 단기 수입 증가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해상 운송로가 불안해지면 실제 수출 물량과 계약 이행에는 리스크가 커진다. 소비국에는 에너지 비용 상승과 물가 부담이 곧바로 전가될 수 있다. 특히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정유 비용, 항공유, 물류비, 전기요금까지 연쇄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

미군은 앞선 봉쇄 기간 선박 140여 척을 우회시키고 지시에 불응한 선박 일부를 무력화했으며, 인도적 지원 선박은 통항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봉쇄가 장기화하면 민간 선박은 항로 변경, 선적 지연, 보험료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제재나 봉쇄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현장에서는 선주와 화주가 위험을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두바이는 우회 항만을 찾고 있다
물류업계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DP월드는 UAE 동쪽 해안 푸자이라에 새 다목적항을 개발하고 기존 항구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추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제벨알리항은 두바이의 대표 물류 허브지만, 해협 통항이 막히거나 불안해지면 기능이 크게 제한된다. 소식통들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 이후 제벨알리항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대안 모색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푸자이라는 오만만에 접해 있어 호르무즈 해협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외부 해상 교통과 연결될 수 있다. 새 항만이 실제로 구축되면 물류는 해상에서 푸자이라로 들어온 뒤 육상으로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UAE 주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항만 증설이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하는 공급망 재설계에 가깝다.
다만 새 항만이 단기간에 제벨알리항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제벨알리항은 자유무역지대, 창고, 산업시설, 항만 운영 노하우가 결합된 복합 물류 생태계다. DP월드와 UAE 당국도 새 항만을 기존 허브의 대체재라기보다 보완재로 보는 분위기다. 프로젝트 구조와 자금 조달 방식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 경제도 비용 변수를 주시해야 한다
호르무즈 긴장은 한국에도 먼 뉴스가 아니다. 원유와 가스 가격이 뛰면 국내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 업종의 비용 구조가 흔들릴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상 운송 지연은 중동산 원자재뿐 아니라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에도 간접 압력을 줄 수 있다.

향후 관건은 봉쇄가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집행되는지, 이란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주요 산유국과 해운사가 대체 경로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다. 유가 시장은 이미 위험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중동 물류망은 이제 비용 효율성뿐 아니라 위기 때 작동할 수 있는 우회 능력을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국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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