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민 다수가 본인이 사는 자치구에 소각장이나 하수처리장 같은 환경기초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데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 시설 입지를 둘러싸고 지역 갈등이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하면, 시민 인식과 현장 갈등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서울시의 제4차 환경계획 수립을 위한 시민인식조사에 따르면 향후 서울시나 자치구에 환경기초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1.8%였다. 본인이 거주하는 자치구에 시설을 추가 설치해도 되는지 묻는 문항에는 65.2%가 동의했다.
이 결과는 환경시설을 둘러싼 기존 논의와 다른 결을 보여준다.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로 계획이 무산된 사례처럼, 시설 필요성에 대한 원칙적 공감이 실제 입지 수용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쓰레기를 각 지역이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는 책임 인식이 커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생활폐기물은 수도권 공동 과제로 부상
조사는 만 14세 이상 서울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2024년 8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63%는 서울시가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환경문제에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 경기와 연결된 생활권 문제라는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생활폐기물 분야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 평가는 좋지 않았다. 부정 응답이 29.7%로 긍정 응답 14.1%의 두 배를 넘었다. 기후변화와 폐플라스틱 대응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아,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환경 현안에 대해 행정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수도권 광역지자체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는 3개 시도 공동투자 시설 확충이 29.8%로 가장 많이 꼽혔다. 가장 중요한 수도권 환경문제는 생활폐기물이 21.6%로 1위였다. 수도권매립지 대체지 논의가 이어진 시기였다는 점도 이런 응답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환경계획의 관건은 공정성과 설득
환경문제 해결의 주체를 묻는 항목에서는 중앙정부가 44.7%로 가장 높았고, 개인은 20.8%, 서울시·자치구는 19%였다. 시민들은 생활 속 실천도 중요하지만 폐기물 처리 체계와 시설 입지 같은 문제는 정부 차원의 조정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5년 안에 우선 관리해야 할 분야로는 기후변화·기상재난과 생활폐기물이 각각 20% 안팎으로 가장 많이 선택됐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혔고, 대기 문제와 생활폐기물도 계속 높은 순위를 유지했다.

서울시가 잘하고 있는 분야로는 숲과 공원 조성이 30%로 가장 높았다. 반면 환경 혜택과 부담을 공평하게 나누는 환경정의는 1.3%에 그쳤다. 시설 확충 논의가 주민 반발을 넘어서려면 단순히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지역이 어떤 부담을 지고 어떤 보상을 받는지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시민 조사와 전문가 협의, 설명회 등을 반영해 2040년까지의 환경 분야 정책 방향을 담은 제4차 서울특별시 환경계획을 마련했다. 계획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려면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원칙적 동의를 구체적 입지 수용과 신뢰 회복으로 연결하는 정교한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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