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초기 첫 실·국장 회의에서 도정 운영 방식 전반의 변화를 주문했다. 핵심은 형식적인 업무보고를 줄이고,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행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예산 재검토와 핵심 산업 현안의 속도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나왔다.
추 지사는 기존 업무보고가 사업의 냉정한 평가보다 낙관적 전망에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무엇을 계획했고, 얼마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실제 성과와 한계가 무엇이었는지를 분명히 보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단순한 보고 형식 변경을 넘어 사업 평가, 예산 편성, 인사 운영까지 연결될 수 있는 행정 쇄신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보고 방식부터 책임 행정으로 전환
업무보고 개편은 공직 조직의 책임 구조를 다시 세우겠다는 의미가 크다. 추 지사는 간부가 지시를 전달하는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한 뒤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용역이나 상급 기관의 지시가 책임을 대신할 수 없다는 발언은 도정 내부 의사결정의 주체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지방정부 행정은 일자리, 주거, 교통, 산업, 에너지처럼 여러 부서의 정책이 맞물려 움직인다. 특정 부서가 자기 업무만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복합 현안에 대응하기 어렵다. 추 지사가 부서별 칸막이를 넘어 협업을 주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성과가 공동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책임 역시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취임 초기 조직 장악과 정책 우선순위 설정 과정에서 중요한 신호가 된다. 도지사가 어떤 보고를 요구하느냐에 따라 실무 부서의 자료 준비 방식과 정책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 장밋빛 전망보다 실제 문제를 먼저 드러내라는 주문은 향후 경기도 정책 집행의 기준점을 바꿀 수 있다.
재정 압박 속 핵심 사업 선별
재정 혁신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경기도가 7조 원이 넘는 채무를 안고 있고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남은 사업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면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추 지사는 재정 절감을 이유로 직원들의 정당한 보상을 줄이는 방식은 택하지 않겠다고 했다. 초과근무수당 삭감 같은 손쉬운 방식 대신 불필요한 사업과 관행을 정비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재정 압박 속에서도 공직사회 사기와 조직 운영의 균형을 고려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예산 절감 기조와 별도로 속도감 있는 추진이 요구되는 현안으로 꼽혔다. 전력, 용수, 산업입지, 기반 시설은 여러 부서와 기관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사안이다. 추 지사는 도지사 직속 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실시간 보고 체계를 갖추고 칸막이 없는 협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이번 행정 쇄신 주문은 취임 초기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예산과 인사, 사업 평가로 이어질 때 효과를 낼 수 있다. 형식적 보고를 줄이고 문제를 드러내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정책 실패를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은 커진다. 반대로 현장 부서가 책임 부담만 크게 느끼고 소극적으로 움직이면 개편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투명한 평가 기준과 실행 속도다. 경기도가 재정 압박을 관리하면서도 반도체 등 미래 산업 기반을 놓치지 않으려면, 사업의 필요성과 성과를 구분하는 기준이 더 명확해져야 한다. 추 지사의 첫 간부회의 발언은 그 기준을 새로 세우겠다는 예고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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