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송금 핀테크 기업 센트비의 성장사는 국내 스타트업이 기술 혁신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2015년 설립된 센트비는 누적 송금액 약 14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창업 초기에는 규제 공백과 법 해석 문제로 검찰 조사와 폐업 위기를 겪었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창업을 거창한 성공 계획보다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보려는 선택으로 설명했다.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이력과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은 정해진 경로보다 여러 가능성을 시험하려는 성향으로 이어졌고, 그 연장선에서 해외송금 시장에 뛰어들었다.
규제 완화 기대와 현실의 간극
센트비가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는 해외송금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제도 정비는 예상보다 늦어졌고, 회사는 비트코인을 활용한 송금 방식을 시도했다가 금융당국의 문제 제기와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최 대표는 당국에 문의하며 사업을 진행했지만 규제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 절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법령 미비 등을 고려해 입건을 유예했지만, 위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외송금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금융회사로 분류되면서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가 막히는 상황도 벌어졌다. 사업을 합법화하기 위한 절차가 오히려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든 셈이다.

이 사례는 핀테크 산업에서 규제 샌드박스와 명확한 법적 기준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 이용자 편익이 분명한 서비스라도 법률 해석이 뒤따르지 못하면 창업팀은 사업 모델 검증보다 생존 리스크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해외송금은 생활 인프라가 됐다
센트비가 주목한 해외송금 시장은 단순한 금융 편의 서비스가 아니다. 이주노동자, 유학생, 해외 거주 가족처럼 국경을 사이에 둔 생활자에게 송금 비용과 접근성은 실제 삶의 질과 연결된다. 최 대표가 부산에서 만난 필리핀 노동자의 사례도 이 점을 보여준다. 더 편리한 송금 경로는 가족이 위험을 감수하고 현금을 찾으러 이동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핀테크의 사회적 의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커진다. 은행 중심의 절차가 느리거나 비싸게 느껴지는 영역에서 기술 기업은 더 낮은 비용과 빠른 접근성을 제시한다. 다만 금융은 신뢰와 안정성이 핵심인 만큼, 혁신 속도와 이용자 보호 사이의 균형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센트비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결제 인프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으로, 국경 간 결제의 정산 속도와 비용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동시에 자금세탁 방지, 소비자 보호, 발행 주체의 안정성 같은 규제 쟁점도 함께 따라온다.

AI 시대의 창업 역량
최 대표는 AI 시대에는 문제를 푸는 능력보다 어떤 질문을 던질지 정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는 핀테크 창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술이 송금 계산과 인증 절차를 자동화하더라도, 어떤 이용자의 불편을 해결할지, 어떤 규제 구조 안에서 신뢰를 만들지 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센트비의 11년은 규제와 기술, 이용자 경험이 충돌하고 조정되는 과정이었다. 누적 송금액 14조 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 축적된 시장의 학습이다. 핀테크가 다음 단계로 가려면 혁신 기업의 속도뿐 아니라 제도의 예측 가능성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해외송금 시장은 앞으로도 스테이블코인, AI 리스크 관리, 실시간 결제망 같은 변화와 맞물려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센트비 사례는 국내 핀테크가 글로벌 금융 인프라 경쟁에 참여하려면 기술력과 규제 대응력, 현장 이용자 이해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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