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거래소 OKX가 사람뿐 아니라 AI 에이전트도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새 마켓플레이스를 공개했다. TechCrunch에 따르면 OKX는 30일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OKX AI를 열고, AI 에이전트가 서로 서비스를 찾고 업무를 맡기며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치를 수 있는 구조를 제시했다.
이번 서비스는 단순한 앱 장터라기보다 결제, 신원, 평판을 묶은 실험에 가깝다. AI 에이전트가 특정 작업을 대신 수행하려면 먼저 상대 에이전트의 기능과 신뢰도를 확인해야 하고, 작업이 끝나면 낮은 금액의 반복 결제도 자동으로 처리해야 한다. OKX는 이 지점을 기존 금융망보다 블록체인 기반 지갑과 스테이블코인이 더 잘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OKX AI는 50곳의 초기 AI 서비스 제공자가 참여한 비공개 베타를 거쳐 공개됐다. 회사는 앞서 AI 에이전트가 디지털 지갑을 보유하고, 결제를 실행하며, 지속적으로 식별 가능한 온체인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번 마켓플레이스는 그 요소들을 개발자가 실제 서비스로 엮을 수 있게 하는 통로다.
OKX의 방향 전환은 거래소 산업의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암호화폐 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모델만으로는 성장의 폭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대형 거래소들은 결제, 토큰화, 개발자 인프라, 기관 금융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OKX는 전 세계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다음 수요가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자율적으로 거래하는 소프트웨어에서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에이전트 경제를 겨냥한 결제 실험
OKX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스타 쉬는 앞으로 한 사람이 다수의 AI 도구를 활용해 작은 회사처럼 운영되는 환경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점에서 AI 에이전트는 단순 보조 도구가 아니라 개발, 보안 점검, 데이터 조회, 고객 응대 같은 일을 서로 사고파는 노동 단위가 된다. 사람은 목표와 예산을 정하고, 에이전트들은 필요한 하위 업무를 찾아 조합하는 방식이다.
이 구상이 작동하려면 결제 단위가 매우 작고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한 에이전트가 시장 데이터를 한 번 조회하거나, 다른 에이전트에게 스마트계약 위험 점검을 맡기는 일은 몇 센트 또는 그보다 낮은 금액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OKX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이런 미세 거래와 24시간 정산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초기 참여사들의 역할도 이 방향을 보여준다. CertiK는 거래 실행 전 지갑이나 토큰의 보안 위험을 평가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CoinAnk는 실시간 시장 데이터를 질의 단위로 제공한다. GenLayer는 에이전트 간 계약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분쟁을 다루는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결제만으로는 시장이 성립하지 않으며, 평가와 책임 소재를 정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신뢰와 규제는 여전히 과제
AI 에이전트가 서로 일을 맡기는 시장은 효율성을 내세우지만, 신뢰 문제를 곧바로 피할 수는 없다. 자율 소프트웨어가 잘못된 판단으로 거래를 실행하거나, 품질이 낮은 서비스를 반복 구매하거나, 사기성 에이전트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OKX는 기존 거래소 운영에서 사용한 사기 탐지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개발자 생태계 전체에서 같은 수준의 통제가 가능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온체인 평판은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한 핵심 장치로 거론된다. 특정 에이전트가 어떤 지갑과 연결돼 있었는지, 어떤 거래를 수행했는지, 과거 서비스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면 시장 참여자는 상대를 더 쉽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평판 데이터가 조작되거나, 한 주체가 여러 정체성을 만들어 평판을 분산시키는 문제는 별도의 방어 설계를 요구한다.

규제 측면에서도 질문이 남는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거래가 결합하면 자금세탁 방지, 이용자 보호, 책임 주체 판단이 복잡해진다. 사람이 직접 클릭하지 않은 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를 고용한 경우 최종 의사결정권자를 어떻게 볼지도 명확하지 않다.
OKX는 이번 마켓플레이스를 개발자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Onchain OS라는 도구를 통해 AI 에이전트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연결하고, 별도의 OKX 계정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laude Code, Codex 등 AI 코딩 도구와의 호환성도 내세웠다.
개발자 시장으로는 인도가 중요한 지역으로 언급됐다. 인도는 AI와 블록체인 개발자가 많은 곳으로 꼽히지만, OKX는 2024년 현지 규제 요건을 이유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거래 사업 재개와 별개로 개발자 도구를 먼저 확산시키려는 전략은, 규제 부담이 큰 거래소 기능과 인프라 제공 사업을 분리해 접근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번 발표가 곧바로 대중적인 AI 에이전트 경제의 출발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은 개발자와 초기 파트너 중심의 실험이며, 실제 수요와 보안성, 분쟁 처리 능력은 운영 과정에서 검증돼야 한다. 그럼에도 OKX의 시도는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결제와 신원 체계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인터넷 참여자로 다뤄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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