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의 협력 관계가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애플은 오픈AI와 오픈AI로 옮긴 전직 애플 임직원 등이 자사 하드웨어 관련 기밀 정보를 부당하게 취득하거나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 북부지법에 소송을 냈다.
소송의 핵심은 아이폰, 애플워치, 맥북 등 애플 주요 제품의 설계와 제조 공정, 공급망 전략에 관한 정보가 오픈AI의 하드웨어 사업에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다. 애플은 수십 년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축적한 하드웨어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무단으로 이용됐다고 보고 있다.
전직 임직원 이동이 쟁점으로
애플은 소장에서 오픈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로 합류한 탕 유 탄과 선임 시스템 전기 엔지니어로 일했던 창 리우의 행위를 문제 삼았다. 애플은 일부 전직자가 회사 장비를 반납하지 않거나 내부 저장소에 접근해 미공개 제품 정보와 회로기판 제조 관련 파일을 내려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직 임원에 대해서는 퇴사 전 공급망과 업계 분석 문서를 개인 이메일로 옮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애플은 이런 자료가 단순한 경력 지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밀 문서와 제품 개발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원에 사용 중단과 폐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오픈AI는 애플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회사는 다른 기업의 영업비밀에 관심이 없으며 혁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향후 재판에서는 실제 자료 반출 여부, 오픈AI가 이를 알고도 활용했는지, 문제 된 정보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영업비밀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협력자에서 경쟁자로
이번 소송은 두 회사의 관계 변화와 맞물려 있다. 애플과 오픈AI는 2024년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를 통합하기로 하면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보였다. 당시 애플은 오픈AI를 AI 분야의 주요 파트너로 소개했고, 오픈AI도 애플 생태계를 통해 이용자 접점을 넓힐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양사의 이해관계는 달라졌다. 애플은 음성비서와 자체 AI 기능 강화를 위해 다른 AI 모델과도 협력 가능성을 넓혔고, 오픈AI는 조니 아이브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가 세운 하드웨어 기업을 인수하며 소비자용 기기 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애플 입장에서는 파트너가 잠재적 경쟁자로 바뀌는 상황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의혹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이번 소송 자체가 오픈AI의 하드웨어 일정과 대외 신뢰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오픈AI가 AI 모델을 넘어 기기와 서비스가 결합된 생태계를 만들려 한다면, 하드웨어 설계 출처와 지식재산권 관리가 중요한 검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인재 이동 자체가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따라서 애플 출신 인력이 오픈AI로 옮겼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구체적인 기밀 자료가 반출됐거나 활용됐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반대로 애플이 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면 오픈AI의 차기 기기 설계와 출시 전략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분쟁은 AI 산업의 경쟁 축이 소프트웨어 모델에서 하드웨어와 이용자 접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해 온 애플과 생성형 AI 시장을 대표하는 오픈AI가 충돌하면서, 빅테크 간 협력과 경쟁의 경계도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