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부동산 세제 구조를 두고 거래세 비중을 낮추고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의 개편을 권고했다. 2일 공개된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OECD는 이런 조정이 주거 이동성을 높이고 노동시장 효율을 개선하며 주택 시장의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고의 핵심은 세금을 더 걷자는 단순한 증세론이 아니라, 세수는 중립적으로 유지하되 과세 구조를 바꾸자는 데 있다. 주택을 사고팔 때 부담하는 거래세 의존도를 줄이고, 보유 단계의 과세 비중을 높이면 주거 이전을 막는 비용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접근은 국제기구가 한국 경제의 구조적 효율성을 평가할 때 자주 제기하는 이동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 거래세 비중이 높다는 지적
보도에 따르면 OECD는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 한국의 부동산 세금 구성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OECD 국가들의 경우 보유세가 전체 부동산 세수에서 약 56%를 차지하지만, 한국은 29.4%에 그친다. 반대로 거래세는 한국에서 50.4%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부동산 관련 세금의 전체 규모도 작지 않다. OECD는 2024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로 OECD 평균 1.6%보다 높고, 전체 조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7%로 평균 5.1%를 크게 웃돈다고 소개했다. 세금 총량이 높은데 구성까지 거래 단계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개편 권고의 배경이다.

거래세 부담이 크면 이사를 해야 하는 가구나 직장 이동을 고려하는 근로자가 매매 비용 때문에 결정을 미룰 수 있다. 고령층의 주택 다운사이징, 직장 근처로의 이전, 가족 규모 변화에 따른 주거 조정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OECD가 주거 이동성과 노동시장 효율을 함께 언급한 이유다.
보유세 확대는 신중한 설계가 관건
다만 보유세 비중 확대는 정치적, 사회적 민감도가 큰 사안이다. OECD도 한국 주택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에 대한 보유세율을 높이면 조세 누진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지만, 실제 제도 설계에서는 납세 능력과 지역별 주택 가격 차이, 고령층 부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부동산 세제 외에도 여러 조세 항목을 다뤘다.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해서는 조세 회피 악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 검토를 제안했다. 담뱃세와 담배 소매가격은 OECD 회원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라며 상향 필요성을 제기했고, 주류세는 도수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이 공중 보건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봤다.
과세 기반 확대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한 권고도 포함됐다. OECD는 한국의 조세지출이 법인세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법인세율 구조가 복잡하다며 조세지출 축소와 점진적 단일 법인세율 전환을 제안했다. 소득세의 경우 비과세 근로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어 과세 기반 확대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자본 이득 과세도 중장기 과제로 언급됐다. OECD는 대주주가 아닌 개인의 주식 등 자본 이득이 사실상 비과세인 부분을 지적하며, 다양한 유형의 자본 이득을 균일하게 과세하는 방향을 지향하라고 권했다. 이는 금융투자소득 과세 논쟁과도 연결될 수 있어 향후 정책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기구의 권고가 곧바로 국내 제도 변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제 개편은 납세자 부담, 부동산 시장 안정, 지방재정, 경기 흐름을 모두 따져야 하는 정책 영역이다. 그러나 OECD 보고서는 한국 조세 구조의 국제 비교 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와 국회의 세제 논의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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