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앱’이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중심에 둔 구상을 공개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콘퍼런스(Build 2026)에서 스티븐 배치체(Steven Bathiche)가 사무실 환경에서 일하는 사용자를 겨냥한 데스크용 소형 디바이스와 목에 거는 형태의 ‘웨어러블 액세스 배지’ 등 2가지 콘셉트를 시연했으며, 이들은 ‘Project Solara(솔라라)’라는 안드로이드 기반 OS(운영체제) 구상과 연결된다. Ars Technica는 솔라라가 단일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종속되지 않고, 에이전트가 필요할 때 상황에 맞게 화면(UI)을 생성하는 ‘저장-해석-실행’ 방식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일을 대신 수행하고, 디바이스는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할 통로로만 기능한다”는 방향성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모바일 컴퓨팅 전환 과정에서 앱 생태계, 보안, 장기 지원 등으로 인해 고전했다고 짚으며(Ars Technica), 앞으로는 앱을 이식하거나 일일이 최적화하는 부담을 줄이고 ‘에이전트 기반 인터페이스’로 새로운 폼팩터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앱 대신 ‘에이전트’가 UI를 만든다
Ars Technica에 따르면, Project Solara는 오픈소스 기반의 구글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일명 AOSP)를 토대로 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완전한 의미의 ‘안드로이드’로 부르기보다는 라이선스 문제 등을 이유로 ‘Microsoft Device Ecosystem Platform’이라는 내부 명칭을 사용한다. 다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안드로이드 계열 개발·구조를 활용한 운영 환경에 가깝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강조하는 개념은 ‘저스트-인-타임 UI(just-in-time UI)’다. 즉, 시계·모니터·스마트 안경·웨어러블 배지 등 각각의 화면 크기와 입력 방식이 다르더라도, 에이전트가 현재 맥락에 맞게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즉석에서 구성해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같은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손목형 디바이스에는 핵심 버튼과 제한된 정보만, 데스크용 디스플레이에는 더 많은 데이터와 제어 기능이 표시될 수 있다는 식이다(Ars Technica).
콘셉트 디바이스 2종: 데스크 큐브와 ‘웨어러블 액세스 배지’
BBC에 따르면, 이번 시연에 등장한 첫 번째 장치는 책상 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형 “작은 큐브” 형태로, 화면 터치와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웨어러블 액세스 배지’로, 목에 걸거나 벨트에 착용해 이동 중에도 업무 관련 AI 에이전트에 빠르게 접근하는 용도라고 소개됐다. 나델라 CEO는 이를 “새로운 폼 팩터”라고 표현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상용 출시 계획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또 BBC는 이들 기기가 현재 일부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수백 명을 대상으로 파일럿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데모 영상에서 사용자는 배지와 데스크 디바이스를 모두 탭하거나 조작해 AI 에이전트에 연결하는 장면이 나왔고, 배지는 지문으로 활성화하는 방식이 포함됐다. 나델라는 배지를 착용한 상태에서, 청중을 카메라로 촬영한 뒤 검토를 위해 전송하도록 지시하는 장면도 보여줬다고 BBC는 전했다. Ars Technica 역시 솔라라의 구상이 ‘상황 인지’와 결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카메라·센서가 “에이전트가 환경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실패 경험과 ‘다시 도전’의 의미
이번 구상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과거 웨어러블에서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이력과도 맞물린다. BBC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년간 홀로렌즈(Hololens)라는 웨어러블 헤드셋을 개발해 왔고, 미국 군과 수십억 달러 규모 계약까지 논의됐지만 테스트 과정의 문제 등을 이유로 결국 2024년 생산을 중단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하드웨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장치 간 인터페이스 차이를 ‘에이전트가 메워주는’ 구조로 설계 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이 읽힌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는 구상 자체가 아직 ‘콘셉트’ 단계이며 실제로 모든 기능이 동작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Ars Technica). 그럼에도 회사가 대규모 AI 투자 확대의 일환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에이전트 시대에 필요한 건 ‘운영체제’일까, ‘표준’일까
업계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AI 에이전트가 등장했지만, 디바이스와 에이전트 간 상호작용을 일관되게 보장하는 계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솔라라를 통해 “에이전트 중심의 컴퓨팅”을 한 번에 묶어 내려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Ars Technica는 솔라라가 ‘칩-투-클라우드(chip-to-cloud)’ 관점의 칩-플랫폼 결합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에이전트의 권한, 데이터 처리 방식, 인터페이스 생성 로직의 신뢰성, 그리고 카메라·생체정보 같은 센서의 사용 범위가 향후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에서 카메라 활용이 프라이버시 논란을 반복해 온 만큼, 회사가 어떤 수준의 투명성·저장 정책·사용 동의 체계를 제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이 우려는 BBC가 다른 AI 중심 디바이스의 감시 논쟁을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확인해 준다).
향후 일정: 파트너 시연과 ‘에이전트 우선’ 생태계 실험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음 단계는 결국 “작동하는가”보다 “어떤 파트너와 어떤 시나리오에서 유효한가”를 검증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Ars Technica는 솔라라의 바로 다음 흐름으로 산업 파트너와 함께 디바이스를 데모하는 방향을 언급한다. 상용 출시 시점은 불명확하지만, 최소한 파일럿을 넘어선 적용 범위 확대가 관건이다.
또한 기업용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갖춘 인증·엔터프라이즈 기술이 에이전트 인터페이스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관찰 포인트다. 이번 발표가 앱 중심의 모바일 전략에서 에이전트 중심의 ‘플랫폼’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신호라면, 향후 개발자 도구와 표준 연동, 보안·프라이버시 가이드가 뒤따라야 실제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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