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영주권 신청 절차의 핵심 관행을 바꾸면서, ‘단기 체류 후 신분 전환’으로 영주권을 노리는 이들의 경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미 이민국(USCIS)은 22일(현지시간) 외국인이 영주권을 신청할 때 미국 밖(본국)에서 진행하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그동안은 미국 내에서 예외적으로 신청이 가능했지만, 이번 지침은 그 예외를 사실상 좁히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비이민 비자가 영주권 절차의 첫걸음 돼선 안 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 영주권 신청을 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던 기존 틀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USCIS의 잭 칼러 대변인은 학생, 임시 근로자, 여행객 등 비이민 비자 소지자들은 특정 목적을 위해 단기간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며, 시스템 설계상 방문이 끝나면 떠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미국 방문이 영주권 절차의 첫 단계가 되는 방식으로 연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상은 단기 체류 자격(예: 학생비자, 관광비자 등)을 받아 미국에 들어온 뒤, 결혼이나 취업 같은 사유를 근거로 신분을 조정해 영주권 신청을 이어가려는 케이스로 지목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는 연간 100만 건 이상의 영주권이 발급되며, 그중 절반 이상이 이미 미국에 거주하는 상태에서 신청하는 것으로 조사돼 왔다.
본국 방문 시 ‘대기와 단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
전면 적용되면 영주권 신청을 위해 본국 주재 미국 영사관에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영사관 예약은 통상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대기 시간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부부나 가족이 신청 기간 동안 떨어져 지내야 할 가능성도 커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규정에 따른 적체가 더 심해질 수 있으며, 그 결과 이민 신청자들이 장기간 체류 중 가족과의 분리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신청을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이후 일정 문제로 미국에 다시 입국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언론은 특히 여행 금지 조치가 적용되는 국가나 이민 비자 발급이 중단된 국가 출신이라면, 본국을 떠난 뒤 미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이러한 조치가 불법체류 상태에서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 또는 21세가 된 자녀의 후원 등을 통해 영주권을 얻으려는 ‘수백만 명’의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민단속 강화의 연장선…법원 판단도 변수
이번 지침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강경한 이민단속 기조와 맞닿아 있다. 카토연구소의 데이비드 비어 국장은 이번 지침을 “가장 중대한 조치”로 규정하며 “194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에 인용된 전직 당국자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행정 변화가 아니라, 향후 법원의 판단 결과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경로’를 재정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출생시민권 관련 행정명령의 적법성을 두고 연방대법원이 다음달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사안에서 연방대법원 변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방청한 이력도 언급되는 등, 이민 관련 법적 쟁점은 향후 정책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남아 있다.
단속 강화 vs 인권·절차적 정당성 논쟁
이번 변화는 행정 효율과 체류 목적의 명확성을 강조하는 한편, 실제로는 절차 접근성과 생활 기반을 흔드는 효과를 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 체류자들의 권리·예측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비이민 비자로 미국에 들어온 뒤 사실상 다른 체류 자격을 만들기 위한 ‘우회’가 제동을 걸게 된다는 논리가 맞선다.
USCIS는 비이민 비자의 성격과 절차 설계의 취지를 들어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영사관 예약 지연, 국가별 입국·비자 조건, 가족관계 유지 문제 등 현실적 장벽이 한꺼번에 늘어날 수 있어, 신청자와 이민 전문가들 사이에서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변수: 시행 범위, 예외 인정 기준, 법원 판단
무엇보다 관건은 지침의 세부 시행 범위와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될 수 있는 기준이 얼마나 좁아지는지 여부다. 또한 신청자들이 본국에서 절차를 시작할 때 실제로 얼마나 긴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예기치 못한 입국 제한 상황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주목된다.
여기에 더해 출생시민권 관련 연방대법원 판결이 다음달 예정된 만큼, 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이민 정책의 방향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영주권 신청 경로가 재편되는 이번 조치는 당분간 미국 내 이민 제도의 체계 전반과 가족 단위의 이동 계획에 큰 파장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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