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가와 원화 약세로 여행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지역’ 중심의 문화·관광 상품을 강화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지역서점, 문화도시, 반값여행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가운데, 일부 여행 관련 기업들은 수요 둔화 신호에 대응해 프로모션과 상품 설계에 변화를 주는 흐름이 나타났다. 다만 전체 여행 수요가 비용 압박을 피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지역 기반의 전환이 얼마나 실질적인 소비로 연결될지가 관건이다.
‘지역서점·문화도시·반값여행’…문체부가 꺼낸 해법
문체부가 강조한 핵심은 관광을 ‘멀리 가는 소비’에서 ‘지역에서 체류하며 문화 경험을 쌓는 소비’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지역서점 활성화, 문화도시 조성, 이른바 ‘반값여행’ 같은 비용 부담 완화 정책을 통해 여행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특히 지역의 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관광 콘텐츠를 구성하면, 특정 시기 항공·숙박비 변동에 따른 소비 위축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도 함께 깔려 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지원금 성격을 넘어 지역의 문화자산을 ‘콘텐츠’로 전환해 체류형 수요를 끌어내는 전략에 가깝다. 예컨대 지역서점은 독서·작가·지역 스토리텔링과 결합해 체류형 프로그램(북토크, 큐레이션 전시, 테마 투어 등)로 확장될 여지가 크고, 문화도시는 지역 전반의 상시 콘텐츠를 묶어 관광객의 방문 빈도를 높일 수 있다.
고유가·원화 약세는 ‘수요 둔화’로…업계는 비용 민감도에 대응
여행 소비가 흔들리는 배경에는 비용 요인이 있다. 고유가와 원화 약세는 항공권과 해외·준해외 상품의 가격 부담을 키우며, 여행업 전반의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여행업과 관련한 시장 전망에서는 이런 거시 변수 때문에 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비용 부담이 큰 구간에서는 소비자들이 “정해진 일정의 해외여행”보다 “가까운 지역에서의 단기 체류” 또는 “할인·프로모션이 붙은 상품”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반값여행 같은 가격 접근성 개선책은 정책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카드로 평가된다. 동시에 지역 기반의 상품은 항공·환율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수요가 약해질 때 방어력이 생길 수 있다.
‘관광객’보다 ‘이웃’처럼…마을 여행 트렌드의 진화
여행 형태도 변하고 있다. 관광객이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의 일상과 연결되는 ‘마을 여행’이 진화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문화·관광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즉, 지역의 생활공간과 결합한 프로그램은 가격 경쟁력만이 아니라 ‘경험의 질’에서 차별점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마을 단위 여행은 지역서점·로컬 콘텐츠·지역 축제·소규모 숙소 등과 쉽게 결합한다. 소비자는 대형 관광지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동네를 탐방하며 ‘의미 있는 하루’를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체류 기간이 늘거나 재방문 의향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 사업자가 서로 다른 축(문화, 숙박, 콘텐츠)을 조율해 한 번에 묶어 내면 효과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현 과제: 가격 할인만으론 부족…콘텐츠 품질과 유통이 관건
다만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할인·프로모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행 소비자는 비용뿐 아니라 만족도, 접근성, 예약 편의성, 안전성 등을 함께 따진다. 지역 기반 상품은 다양성이 큰 만큼(숙소, 체험, 식당, 교통 등), 실제로는 정보가 흩어져 있으면 구매 전환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역 콘텐츠를 표준화된 패키지로 구성하고, 온라인 예약·지도 기반 동선·고객 응대 등 유통 체계를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지역마다 콘텐츠 편차가 크기 때문에 성과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어떤 지역은 단기 방문객이 늘지만 체류 시간이 짧을 수 있고, 어떤 지역은 반대로 소비가 고르게 분산되지 않을 수 있다. 정책이 단기 실적을 넘어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한 활로로 이어지려면 ‘방문→체험→재방문’의 흐름을 설계해야 한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앞으로는 반값여행과 문화도시·지역서점 연계 프로그램이 실제 예약과 매출로 얼마나 연결되는지, 그리고 고유가·원화 약세 국면에서 지역 상품이 어느 정도 수요를 방어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할인 적용 범위(누구에게, 어디까지, 어떤 기간에)와 상품 구성(교통·숙박·체험의 결합 정도)이 소비자 반응을 좌우할 전망이다.
또한 ‘마을 여행’ 같은 트렌드가 단발성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상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는지도 체크 포인트다.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이 지속되려면 수익 배분 구조와 운영 인력, 안전·품질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역이 단순 배경이 아니라 콘텐츠의 주체가 되는 구조가 정착될 때, 비용 압박이 커지는 환경에서도 여행 소비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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