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던 HMM 운용 화물선 ‘나무호’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항구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무호는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 정박해 있던 상태에서 예인선에 이끌려 현지시간 8일 0시20분(한국시간 오전 5시20분) 두바이 항구에 입항했으며, 도선사 안내를 받아 인근 드라이독 월드 두바이(Drydock World Dubai) 조선소의 드라이독에 접안할 예정이다.
다만 사고 원인을 둘러싼 관측과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선박 화재가 특정 외부 요인—이란 측의 공격 또는 미군의 군사행동과 연동—에 의해 발생했는지, 아니면 선박 결함 등 내부 요인인지가 조사 핵심이 될 전망이다.
두바이 입항…정부 조사단과 소방 감식 투입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나무호는 예인이 시작된 지 약 12시간 만에 항구에 도착했으며, 항구 인근 접안과 수리 절차에는 추가로 약 3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HMM 측은 설명했다. 접안 이후에는 사고 원인 조사와 필요한 수리 작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조사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관 3명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 4명 등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단이 맡는다. 선박 화재가 어떤 경로로 발생했는지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기관실에서 시작된 불이 실제로 어떤 물질·장치와 연결돼 확산됐는지, 방화·소화 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등이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내부 요인 가능성”과 “외부 요인 의심”이 함께 제기
보도에 따르면 나무호 사고 당시 선박 기울어짐이나 침수 등은 확인되지 않았고, 사고 해역에서 나무호와 관련해 ‘군사적 공격을 시사하는 파공’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는 외부 요인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취할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화재 당시 선원들이 내부 폭발과는 다른 “큰 폭발음”을 들었다는 정황, 그리고 해상 부유 기뢰 경고 등과 같은 요소는 외부 요인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으로 거론된다. 즉, 물리적 손상 양상과 목격·기록된 사건 흐름이 일치하는지 여부가 조사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긴장 속 ‘충돌 주장’…이란 매체 보도도 변수
사고가 발생했던 시기에는 호르무즈 일대에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재차 높아지는 흐름도 함께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이란 매체들이 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 군사행동과 관련된 폭음이 관측됐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들에 따르면 이란 측은 드론 격추, 교전, 유조선 공격 뒤 대응 등 상이한 서술을 내놓았고,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은 “게슘섬의 바흐만 부두가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측에서는 관련 보도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이 제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란 측에서는 화재가 자국의 공격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이 이를 부인하거나 반박하는 등 해석이 엇갈리는 양상도 나타났다. 이런 국제적 맥락은 선박 사고 자체의 사실관계를 넘어, 사건이 갖는 지정학적 파장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선원 안전은 유지…하선 여부는 수리 기간 따라 결정
사고 당시 나무호에는 한국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해 총 24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으며, 이들은 현재 모두 하선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선박 화재는 기관실 좌현에서 발생해 이산화탄소(CO₂) 소화설비로 약 4시간에 걸쳐 진압됐다고 전해졌다.
두바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선원들의 하선 및 귀국과 관련해 협조 요청은 별도로 접수되지 않았으며, 선사 측이 수리 기간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선박 사고의 경우 선원들이 귀국을 위해 하선하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수리 기간이 수개월로 길어질 경우 예외적으로 하선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조사 결과와 항로·보험 영향 주목
앞으로의 핵심은 ‘사고 원인의 특정’과 ‘위험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다. 예를 들어 기관실의 전기·기계 설비 이상 여부, 소화설비 작동 기록, 방재 시스템의 타이밍과 효과, 외부 물리 충격 흔적의 유무 등은 내부 요인을 입증하거나 반대로 외부 공격 가능성을 높이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호르무즈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과 충돌 주장들이 계속되는 만큼,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해당 해역을 지나는 선박들의 항로 선택과 운항 리스크 인식, 선박보험 및 비용 산정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나무호의 수리 일정과 선원 처리 방향이 어느 정도로 정해지는지, 그리고 조사단이 언제 예비 결과를 내놓을지 등이 단기 변수로 관측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