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오는 10~14일 미국을 전격 방문한다. 국방부는 안 장관이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첫 방미를 수행하며,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갖는다고 9일 밝혔다. 전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비롯해 한미 간 민감 현안들이 누적된 가운데, 양국 국방 수장의 직접 대좌가 현안 정리의 ‘변곡점’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워싱턴DC에서 헤그세스 장관 외에도 미국 해군성(해군성) 장관 대행, 상원 군사위원장 및 간사, 해양력소위원장 등 미측 정부와 의회 인사를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미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 한미안보협의회(SCM) 합의사항 후속조치 이행을 점검하고자 고위급이 직접 소통하려는 것”이라며 “전작권과 핵추진잠수함 등이 주요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전작권 전환 로드맵은 ‘진행’ vs ‘시점’ 차이
전작권은 이번 방미에서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를 2028년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측은 지난해 SCM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에 관한 로드맵을 마련했고, 3단계 조건 달성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 중 2단계를 올해 중 완료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주한미군사령관인 제이비어 브런슨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 목표 시점을 2029년 1분기로 언급하면서, 양측 인식차가 드러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안 장관이 방미 기간 중 고위급 협의를 통해 로드맵의 실행 속도와 검증 절차의 운영 방식을 다시 조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핵추진잠수함 협력도 ‘후속 속도’ 관건
전작권과 함께 국방부가 주요 현안으로 꼽은 또 다른 축은 핵추진잠수함 관련 협력이다. 한미는 지난해 정상 차원의 합의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 협력 등 전략적 협력 방향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후속 협의는 별다른 진전을 내지 못하는 국면이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방미에서 핵추진잠수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안 장관은 방미 중 미국 해군성 장관 대행과도 만날 예정이며, 이 면담에서도 핵잠수함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관측된다. 핵추진잠수함 협력은 고도의 기술·운용·안전 관련 의제가 얽혀 있어, 양국 정부뿐 아니라 의회 차원의 이해관계까지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고위급 접촉의 의미가 커진다.
호르무즈·대북 위성정보 공유 제한…동맹 ‘전략 마찰’ 정리
이번 방미는 전작권과 핵잠수함만이 아니라, 최근 한미 간 민감한 전략 현안들이 한꺼번에 맞물린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국방부가 언급한 의제에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자유 기여 문제와 미국의 대북위성정보 공유 제한 등도 포함된다.
호르무즈는 중동 지역의 해상 교통로로, 역내 긴장과 충돌 위험이 커질수록 동맹국들의 운용 부담과 정책 조정 문제가 뒤따른다. 미국은 한국의 기여를 촉구해 왔고, 한국 정부는 그에 따른 군사·외교적 비용과 범위 설정을 둘러싼 고민이 커졌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일각에서 한국 주둔 전력 규모를 둘러싼 발언이 ‘과대 인식’으로 비친 사례도 거론되면서, 동맹 차원의 메시지 정합성 확보도 과제로 떠오른다.
대북 위성정보 공유 제한 역시 남북·대북억제 전략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보 공유의 범위가 달라질 경우 감시정찰 체계와 평가·대응 속도에 영향이 생길 수 있어, 이번 방미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조율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동시에 열리는 통합국방협의체(KIDD)…고위 소통의 시험대
안 장관의 방미와 맞물려, 12~13일에는 워싱턴DC에서 국방당국 차관보급 회의체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도 개최된다. KIDD에서는 전작권 등 동맹 안보 현안 전반이 논의될 예정이며, 안 장관의 별도 방미가 “고위급 협의를 통해 변곡점 마련이 필요하다”는 관측을 낳는 배경이 됐다.
양국은 이미 SCM 합의로 전작권 전환의 조건 충족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실행 단계에서 발생하는 세부 이견과 속도 조절의 문제가 남아 있다. 이번 일정은 안 장관 개인의 접촉뿐 아니라 KIDD라는 공식 협의 틀과 연결되며, 단순한 ‘의제 나열’이 아닌 구체적 일정·검증 방식의 정리로 이어질지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2028년 로드맵 재확인과 후속협의 가시성
향후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양측이 2028년 목표 검토와 2029년 1분기 언급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다듬는지다. 로드맵의 ‘2단계 완료 시점’과 검증 절차의 운영 방식에 대한 재확인이 이뤄질지, 혹은 새로운 합의 문구가 나올지 주목된다.
둘째, 핵추진잠수함 협력의 후속 협의가 실무 단계에서 구체적인 일정으로 연결되는지다. 호르무즈 해협 기여와 대북 위성정보 공유 제한에 대해서도 양국이 어떤 수준의 조정안을 제시하는지가 중요하다. 안 장관의 첫 방미 결과는 한미동맹의 전략적 정렬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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