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를 통해 AI 기술 경쟁의 전면에 다시 섰다. 올해 행사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며, 중국은 AI 컴퓨팅 인프라와 휴머노이드, 산업별 응용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WAIC 개막식에 처음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점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을 알리는 무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행사의 주제는 ‘AI 파트너, 함께 만드는 미래’다. 10만㎡가 넘는 전시장에는 1100여개 기업이 참여했고, 300여개 제품이 세계 최초 공개 제품으로 소개됐다. 중국은 이 대회를 통해 자국 기업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독자 생태계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AI가 경제와 안보, 외교의 핵심 경쟁 영역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중국은 공개 행사를 전략 메시지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 제재 속 자체 컴퓨팅 인프라 강조
가장 눈길을 끈 분야는 AI 컴퓨팅 인프라다. 화웨이는 초대형 AI 컴퓨팅 시스템 ‘아틀라스 950 슈퍼포드’를 실물 전시했다. 이 시스템은 다수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연결해 대형언어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로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 확보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체 칩과 고속 연결 기술을 묶어 대규모 AI 연산 수요를 감당하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최신 모델이 화웨이 어센드 칩 기반 클러스터에 맞춰 최적화됐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이는 모델 개발사와 하드웨어 기업이 분리된 글로벌 AI 산업 구조에서, 중국이 자국 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조정하는 수직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런, 메타엑스 등 중국 AI 반도체 기업들도 슈퍼노드 시스템 공개를 예고하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AI 플러스와 휴머노이드 전시
WAIC 현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산업별 AI 응용 사례도 대거 소개됐다. 제조, 의료, 교육, 양로,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AI 플러스’ 전략이 전시의 한 축을 이뤘다. 유니트리가 사람을 태우고 이동할 수 있는 양산형 변형 로봇을 공개한다고 밝힌 점은 로봇 기술을 실험실 밖 산업과 서비스 영역으로 밀어내려는 중국 기업들의 방향을 보여준다.
이런 전시는 중국이 AI를 검색 서비스나 챗봇 경쟁에만 묶어두지 않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제조업 고도화와 고령화 대응, 도시 관리, 공공 서비스 개선을 AI 활용의 주요 목표로 제시해왔다.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AI는 아직 수익성과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지만, 대규모 내수 시장과 정부 주도 인프라 투자가 결합하면 빠른 실증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기술 행사의 외교적 메시지
시 주석은 개막식에서 AI 발전이 특정 국가의 독주가 아니라 국제 협력을 통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표현은 협력을 강조했지만, 맥락상 미국의 기술 통제와 AI 패권 구도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유엔 사무총장과 여러 국가 정상급 인사가 참석한 점도 중국이 WAIC를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의 장으로 키우려 한다는 신호다.

다만 중국의 AI 전략이 순탄하게만 흘러가기는 어렵다. 최첨단 반도체 접근 제한은 여전히 성능과 효율의 부담으로 남아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려면 데이터 보호와 투명성, 안전성 기준에 대한 국제적 설득이 필요하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의 참석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진 점은 AI 생태계가 이미 지정학적 경계에 따라 갈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WAIC는 중국이 AI 분야에서 ‘따라잡기’를 넘어 독자 경로를 만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자체 칩, 대형 모델, 로봇, 산업 응용, 국제 규범 논의를 한 무대에 올린 것은 중국식 AI 생태계의 윤곽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관건은 전시장의 기술 과시가 실제 산업 생산성과 글로벌 신뢰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