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다시 격화하고 있다. 양측은 상선 공격과 군사시설 공습, 걸프 지역 보복 공격을 주고받으며 지난달 마련된 종전 협상 분위기를 사실상 무너뜨리는 국면으로 들어섰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12일 현지시간 이란의 상선 공격을 문제 삼아 호르무즈 해협 연안뿐 아니라 이란 서부와 중부 지역까지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미국과 안보 협력 관계에 있는 걸프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벌였다.
상선 공격에서 광범위 공습으로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이란의 능력을 약화하기 위해 추가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이 키프로스 선적 컨테이너선을 공격한 데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최근 일주일 사이 여러 차례 이란을 타격했다.
이란 남부 해안 도시와 주요 항구, 에너지·석유화학 시설이 있는 지역에서는 연쇄 폭발음이 보고됐다. 이란 매체들은 공습 범위가 호르무즈 해협 주변을 넘어 중부와 서부 지역까지 확대됐다고 전했다. 충돌의 범위가 해협 통제권 문제를 넘어 이란 내 군사·에너지 거점 전반으로 넓어지는 모양새다.

이란도 보복 수위를 끌어올렸다. 쿠웨이트,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 미국과 안보 협력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공격 대상으로 거론됐다. 특히 중재 역할을 해온 카타르와 비교적 공격을 피해 왔던 UAE까지 포함되면서 지역 전반의 긴장감이 커졌다.
해협 통제권 놓고 정면 충돌
핵심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권이다. 이란은 상선 공격 이후 해협을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한다고 선언하고, 최근 미군 이동 때문에 통항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지 않는다며 국제수로의 항행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맞섰다.
미국 당국은 최근 24시간 동안 일부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설명했지만, 해운 데이터에서는 통행량이 최근 5주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식 선언과 실제 선박 운항 사이의 간극은 해운사와 에너지 기업이 체감하는 위험이 이미 커졌음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에서 핵심적인 길목이다. 이곳의 통항이 불안정해지면 중동 지역 안보 문제는 곧바로 국제 유가, 해상 보험료, 운송 지연, 에너지 수급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은 실제 봉쇄 여부뿐 아니라 충돌 장기화 가능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외교 복원 가능성은 더 불투명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전쟁 종식을 목표로 잠정 합의를 체결하고 추가 협상을 이어가려 했다. 그러나 이번 공습과 보복이 반복되면서 휴전은 무산됐고, 협상 재개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이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을 위반했으며 외교적 노력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란의 해협 봉쇄 주장과 상선 공격을 국제 통항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서로 책임을 돌리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중재 공간은 줄어든다.
유엔은 전면전 재발이 지역과 세계 경제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전투 중단과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양측이 군사 행동을 통해 상대의 계산을 바꾸려는 단계에 들어선 만큼, 당분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국제 정세의 주요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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