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의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인공지능(AI)이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험 성적과 진학 경쟁만이 아니라, 졸업 뒤 자신이 들어갈 일자리가 AI에 의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키우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매일경제가 현지 보도를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홍콩청년협회는 9일 현지시간 ‘진학 계획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중등학생 1,2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 가운데 홍콩 중등교육 졸업시험(DSE) 응시생 445명이 포함됐다. DSE는 홍콩에서 대학 진학과 직결되는 주요 시험으로, 한국의 수능에 비견된다.
높은 스트레스는 줄었지만 미래 불확실성은 커졌다
조사에서 DSE 수험생의 45.6%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지난해 52.9%와 비교하면 비율은 낮아졌다. 홍콩청년협회 측은 학업 부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고, 가족과 학교의 지원이 늘어난 점, 학위 과정 공급이 충분한 점, 진학 계획 수립에 기술 활용이 늘어난 점 등을 스트레스 완화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스트레스의 성격은 달라지고 있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꼽은 압박 요인은 개인 경쟁력에 대한 우려로, 응답률은 69%였다. 뒤이어 AI 발전과 경제 전망 등 미래 불확실성을 걱정한다는 응답이 38%로 나타났다. 단순히 시험을 잘 치르는 문제가 아니라, 시험 이후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학생들의 부담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AI가 신입 업무를 대체한다는 우려
홍콩청년협회 관계자는 AI가 신입급 업무와 반복적 업무를 대체하고 있고, 여러 산업에서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이 목표로 삼는 업종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전공 선택과 진학 준비뿐 아니라 AI 관련 역량까지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성형 AI가 문서 작성, 자료 정리, 고객 응대, 기초 분석 업무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세계 각국의 청년층은 첫 일자리의 문턱이 높아지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지만,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학생들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
직업교육 경로는 아직 낯선 선택지
협회 측은 AI 시대에 학위가 경쟁력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응용과학대학(UAS)은 인턴십과 현장실습을 통해 산업 수요와 교육을 연결하는 직업·전문교육 경로로 소개된다. 기술 변화가 빠를수록 현장 경험과 실무 역량이 중요해진다는 취지다.
다만 학생들의 인지도는 낮았다. 설문 결과 DSE 수험생의 48.3%는 UAS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전통적인 대학 대신 이 직업교육 경로를 1지망으로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제도는 마련되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 신뢰할 만한 진로 선택지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대학이 직업교육 경로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중등학생이 실제 수업과 현장실습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AI가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불안을 줄이려면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인가’라는 경고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역량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입시 스트레스의 중심이 점수 경쟁에서 미래 고용 가능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활용 능력, 현장 경험, 전공 선택, 직업교육의 사회적 인정이 학생들의 진로 판단에 함께 작용하는 만큼, 홍콩 교육 당국의 대응은 다른 지역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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