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두고 노동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해당 법안이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을 흔들 수 있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논란이 된 개정안은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나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 등 통화가 아닌 방식으로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대표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임금 원칙 흔드는 시도”
초기업노조는 10일 성명에서 성과급 등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은 임금 지급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근로자가 동의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도 실제 현장에서는 압박이나 관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원칙적으로 통화로 직접 지급되어야 한다. 이는 노동자가 임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소비 진작이라는 정책 목적이 있지만, 사용처와 지역, 환금성에 제한이 있을 수 있어 현금 임금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앞서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양대 노총의 반발은 특정 기업의 성과급 문제를 넘어 임금 지급 방식 전반에 대한 기준이 바뀔 수 있다는 경계심을 보여준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노동계 의견 수렴과 제도 악용 가능성 검토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성과급·반도체 정책 논쟁과 맞물려
이번 논란은 반도체 업계의 높은 실적 전망과도 맞물려 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임직원 성과급 규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때문에 성과급 지급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에 업계 종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사 원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환수 정책 검토 중단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성과급 지역화폐 지급 논쟁이 단순한 지급 수단 문제를 넘어 기업 경쟁력, 보상 체계, 산업 정책 논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지역화폐 정책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를 임금 지급 수단으로 넓히는 문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생활비, 대출 상환, 교육비처럼 현금 결제가 필요한 지출이 많고, 기업 입장에서는 보상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노사 신뢰가 중요하다.

국회가 법안을 계속 논의할 경우 핵심은 동의 절차의 실질성, 지급 대상과 한도, 단체협약의 효력, 상품권 사용 제한에 따른 불이익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반발이 이미 공개적으로 표출된 만큼,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제도 취지보다 임금 권리 침해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먼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