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생활습관 관리에서 식단의 역할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년층 가운데 치매 관련 혈액 바이오마커 수치가 높은 사람도 염증 유발 위험이 낮은 식단을 유지할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치매 위험에는 나이와 유전처럼 개인이 바꾸기 어려운 요인이 있다. 하지만 운동, 수면, 사회활동, 식습관처럼 조정 가능한 요인도 있다. 이번 연구는 그중에서도 몸속 만성 염증과 관련된 식사 패턴이 뇌 건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5년 추적한 스웨덴 노년층 연구
연구진은 스웨덴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성인 1865명을 최대 15년 동안 추적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70.5세였고, 연구 시작 당시에는 모두 치매가 없었다. 추적 기간 동안 240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여러 차례 혈액 검사를 받고 식습관 설문에도 응답했다.
분석에는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위험을 시사하는 세 가지 혈액 바이오마커가 활용됐다. 인산화 타우(p-tau217)는 알츠하이머병의 대표 병리와 관련되고, 신경섬유 경쇄(NfL)는 신경세포 손상을 반영한다. 교세포 섬유성 산성단백질(GFAP)은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별아교세포 활성과 관련된 지표다.

연구 결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치매 위험이 더 낮았다. 특히 치매 위험을 시사하는 혈액 지표가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염증을 덜 유발하는 식단을 따를수록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p-tau217 수치가 높은 경우 위험 감소 폭은 최대 29%, NfL 수치가 높은 경우 21%, GFAP 수치가 높은 경우 27%로 분석됐다.
특정 영양소보다 전체 식사 패턴
이번 연구가 살핀 것은 특정 영양제나 단일 식품이 아니라 식사 패턴 전체다. 실제 식생활에서는 한 가지 영양소만 따로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음식을 함께 먹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지중해식 식단 준수 정도, 일반적 건강 식생활 지침 준수 정도, 식단의 염증 유발 가능성을 각각 평가했다.
가장 일관된 효과를 보인 것은 염증 유발 위험이 낮은 식단이었다. 대표적으로 녹색 잎채소, 베리류를 포함한 과일, 통곡물, 콩류,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 견과류, 차와 커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붉은 고기, 가공육, 정제 곡물, 가당 음료는 줄이는 것이 권장된다.
염증은 원래 감염이나 손상에 대응하기 위한 정상적인 방어 반응이다. 문제는 낮은 수준의 염증이 수년 동안 지속되는 만성 저강도 염증이다. 이런 상태는 뇌세포 주변 면역 반응, 뇌혈관 건강, 인슐린 저항성, 심혈관 건강 등에 영향을 주며 뇌 노화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 제기돼 왔다.

예방 가능성은 있지만 인과관계 단정은 어려워
이번 결과가 곧 항염증 식단이 치매를 직접 예방한다고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는 장기간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식습관과 치매 위험 사이의 관련성을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확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치매에는 유전, 교육 수준, 심혈관 질환, 사회경제적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이미 치매 관련 생물학적 변화가 나타난 사람에게도 식습관 개선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치매 예방은 단기간의 극적인 방법보다 지속 가능한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일상 식단을 조정하는 접근은 실천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어떤 음식과 영양소 조합이 효과에 더 크게 기여하는지 규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항염증 식단을 치매 예방의 단독 해법으로 보기보다, 운동과 수면, 혈압과 혈당 관리, 사회활동 유지와 함께 뇌 건강을 지키는 종합 전략의 일부로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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