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초반 국면에서 ‘노무현 적통’을 둘러싼 공방이 다시 부상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청래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정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 이후에도 논쟁은 단순한 사실관계 정정에 그치지 않고, 당내 주자들이 어떤 정치적 계승성을 내세울 수 있는지를 둘러싼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송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민주당 구성원 모두가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등을 졌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정 전 대표는 당시 중국에 있다가 소식을 듣고 다음 날 봉하마을을 찾았다고 반박했다.
사실관계 정정 넘어선 정통성 경쟁
이번 논란은 발언 하나의 착오만으로 보기 어렵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친노, 친문, 친명 등 당내 흐름을 어떻게 이어받고 통합할지가 반복적으로 쟁점이 된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은 민주당 안에서 개혁성, 지역주의 극복, 시민 참여 정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당권 경쟁이 시작될 때마다 이 상징을 누가 더 설득력 있게 계승하는지가 정치적 메시지의 중심에 놓인다.
송 의원은 사과하면서도 정 전 대표가 과거 정동영계 핵심으로 활동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노선과 달리 반대 진영에 섰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는 장례식 참석 여부라는 사실관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을 일관되게 계승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정 전 대표 측에서는 허위 사실을 바로잡는 동시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정치적 기억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정치권에서 ‘적통’ 논쟁은 대체로 두 가지 효과를 낸다. 첫째, 지지층의 감정적 결속을 끌어올린다. 특정 지도자의 정치 유산을 언급하면 당원과 지지층은 익숙한 서사 안에서 후보를 평가하게 된다. 둘째, 경쟁 후보의 자격을 따지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정책이나 조직력보다 상징 자본이 앞서면 논쟁은 빠르게 도덕성, 충성도, 역사 해석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전당대회 초반 메시지 주도권 싸움
이번 공방이 민감한 이유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집권 이후 당정 관계와 당내 권력 지형을 새로 조정하는 시점에 있기 때문이다. 송 의원은 글에서 지금은 이재명 시대라고 언급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 이 대통령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는 노무현의 정치 유산을 과거의 계보 싸움에 묶어두기보다 현 정부의 성공과 연결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런 접근 역시 당내 경쟁을 완전히 누그러뜨리지는 못한다. 전당대회는 당 대표와 지도부를 뽑는 절차이지만, 동시에 차기 권력의 통로와 당 운영 방식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무대다. 후보들이 어떤 인물과 노선을 계승한다고 말하는지는 조직표, 강성 지지층, 중도 확장 전략에 모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사과가 있었더라도 논쟁 자체는 후보 검증과 정체성 경쟁의 소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장례식 불참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만 이후 국면에서는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어떻게 기억하고, 현재 민주당의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겠다는 메시지를 내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단순히 누가 더 가까웠는지를 다투는 방식은 당원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유권자에게는 과거 인연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송 의원에게도 부담은 남는다. 공개 사과로 발언의 오류는 정리했지만, 전당대회 초반에 상대 후보의 정통성을 공격하는 방식이 과열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기억을 둘러싼 논쟁은 당내 지지층을 빠르게 자극하는 반면, 한 번 번지면 수습 비용도 커진다. 향후 발언은 사실관계 확인과 정치적 평가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더 엄격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정책 경쟁으로 넘어갈 수 있나
민주당 내부의 계보 논쟁은 한국 정치에서 낯선 장면이 아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가 상징 경쟁에 오래 머물 경우 민생, 개혁 입법, 당정 조율 같은 현실 의제가 뒤로 밀릴 수 있다. 전당대회가 당원 축제와 지도부 선출이라는 내부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국정 운영의 방향을 보여주는 자리라면, 후보들은 과거의 이름을 소환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현재의 정책 언어로 경쟁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송 의원의 사과로 일단 사실관계 논란의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유산을 누가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는 당분간 민주당 전당대회의 주요 프레임으로 남을 수 있다. 관건은 이 논쟁이 상대를 배제하는 자격 심사로 흐르느냐, 아니면 민주당이 어떤 가치와 방식으로 집권 여당 역할을 할지 묻는 생산적 토론으로 전환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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