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연쇄 강진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베네수엘라에 1억5천만 달러(약 2천317억원) 규모의 긴급 재정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같은 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인도주의 지원과 재난 복구가 동시에 가동되면서, 이번 재난이 베네수엘라의 취약한 사회 인프라와 경제 상황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지진 발생 몇 시간 만에” 인도적 지원 승인
미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진 직후 베네수엘라 국민의 ‘시급한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한 재정 지원을 즉각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이번 지원이 수색·구조 활동 전개와 과도정부(임시대통령 체제)와의 협력에 연동된다고 설명했다.
지원금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단체를 통해 집행된다. 월드비전, ‘사마리아인의 지갑’, 가톨릭구호서비스(CRS), 국제의료단(IMC), 국제이주기구(IOM), 세계식량계획(WFP) 등에 5천만 달러가 배정된다. 여기에 더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베네수엘라 공동기금에 1억 달러를 기여하는 형태로 지원이 구성됐다.
미국은 재난 대응을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하며, 국방부와 공조해 인력과 장비, 인도적 물자를 피해 지역에 신속히 이동시키는 지원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생존자 위치 파악과 구조에 최적화된 수색·구조대 2개 팀을 투입한다. 이 팀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소방서 소속으로, 소방관·의사·구조공학 엔지니어·수색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고 전해졌다.
피해 규모 커져…사망 188명·부상 1천520명
피해 집계도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인 호르헤 로드리게스는 TV 브리핑에서 이번 강진 사망자가 최소 188명, 부상자는 1천52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의장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여전히 200명이 매몰돼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며, 실종자는 157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민 규모도 상당하다. 로드리게스 의장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가구는 2천927가구에 이른다. 물적 피해 역시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최소 250채의 건물이 파손됐고, 특히 병원·쇼핑센터·공공기반시설 등 사회 인프라의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병원 8곳, 쇼핑센터 20곳, 공공기반시설 46곳이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피해 지역은 라과이라주가 특히 심각하다고 언급됐다. 이곳은 베네수엘라의 주요 국제공항과 항구가 위치한 곳으로, 고층 건물 40여 채가 붕괴하는 등 타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리게스 의장은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이 라과이라주에서 피해 수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MF·세계은행도 복구자금 ‘협의’…관계 정상화가 배경
이번 재난 대응에서 국제금융기구의 역할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IMF는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재난 복구 지원을 위해 베네수엘라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에 대한 전면적 평가가 나오기 전이라 지원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지진 복구 예산으로 IMF 재원을 활용해 2억 달러(3천80억원)를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베네수엘라가 IMF에 예치된 45억 달러 규모의 특별인출권(SDR) 가운데 일부를 인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SDR은 IMF가 회원국 출자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국제 예치자산으로, 일반 구제금융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계은행 역시 베네수엘라 당국과의 접촉을 진행하며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재난 대응을 위한 국제 파트너 조율과 함께 기술 지원 형태의 원조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와 세계은행이 신속히 움직인 배경으로는 올해 4월 이후 이뤄진 관계 정상화가 거론된다. IMF는 과거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기인 2004년부터 협력을 중단했으나 약 22년 만에 공식 교류를 재개했고, 세계은행도 국제 정세 변화 판단에 따라 올해 4월부터 협력 체제를 되살렸다.
이제 남은 과제: 인도지원과 거시적 복구의 ‘연결’
미국의 단기 현장 수색·구조 지원과 재정 지원이 진행되는 동시에, IMF·세계은행이 복구자금과 재건 프로그램의 틀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건물 붕괴와 병원·공공시설 파손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구조작업 이후에는 임시 거처 제공, 의료 서비스 재가동, 인프라 복구 등 다층적인 대응이 필요해진다.
앞으로는 (1) 매몰자 구조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지, (2) 피해 규모가 공식 집계에서 어떻게 수정되는지, (3) IMF 재난 지원의 방식과 조건(또는 SDR 인출의 세부 절차)이 구체화되는지 등을 주목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단기 생존 지원에 이어 중장기 재건까지 얼마나 신속하고 일관되게 연결하느냐가 베네수엘라의 회복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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