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해 당분간 ‘무료’에 해당하는 조치가 가능하더라도, 향후 보험 수수료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하면서 해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해운 관련 문건에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 명의로 “모든 선박은 PGSA가 승인한 유효한 보험증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당분간 무료→향후 수수료” 문구…실질 비용 징수 우려
보도된 문건의 핵심은 ‘비용 부과의 타이밍’이다. PGSA는 관련 보험을 당분간 무료로 제공하되, PGSA가 장래에 보험 수수료를 도입할 권리를 보유하며 해당 보험사가 이를 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특히 문건에는 ‘보험 수수료(insurance fees)’라는 표현이 사용돼, 통상적인 ‘보험료(insurance premiums)’와 동일한 개념인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과 미국은 최근 임시 합의인 이슬라마바드 MOU를 통해 전쟁 전 수준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회복하되, 60일 동안은 이용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이란이 ‘이용료’ 대신 ‘보험’이라는 우회 경로로 실질적인 비용을 징수하려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협의 통항 조건이 바뀌면 선박 운항 비용뿐 아니라 보험 시장과 계약 구조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PGSA, 선박에 승인 보험·사전 신청 등 조건 제시
PGSA는 지난 18일자 공지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원하는 선박이 해협 도착 최소 48시간 전 PGSA 공식 웹사이트나 이메일로 통항 신청서를 제출해야 신속한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통항 과정에서 안전 항행과 기뢰 위험 구역 회피를 위해 PGSA와 지정 항로 및 통항 시각을 조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PGSA는 60일 기간 동안에는 미국과 이란의 MOU에 따라 보안·안전·환경 관련 서비스 비용, 그리고 이란의 관련 보험을 위한 비용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기간 이후에는 이란과 오만이 지역 국가들과 협의해 통항 허용 방식을 합의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서비스 비용과 함께 ‘수수료’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란 측 당국자도 언급했다.
통항 재개됐지만 위협은 지속…전쟁 위험 보험료율 급등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로, 긴장이 높을수록 해운·에너지 가격에 직접적인 파급을 준다. 전쟁 기간 중에는 통항 대가로 선박당 200만 달러를 암호화폐로 받겠다는 구상도 거론된 바 있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호르무즈해협 모니터’(hormuzstraitmonitor.com)에 따르면, 세계협정시(UTC) 20일 0시 28분 기준 최근 24시간 동안 통과 선박은 10척으로 평시 평균(하루 60척) 대비 약 17.7% 수준이었다. 재화중량톤수(DWT) 기준 통행량도 하루 190만 DWT로 평상시 평균 1천30만 DWT 대비 18%에 그쳤다.
전쟁 위험을 반영한 보험료율 역시 4%로 집계돼 평상시 0.15%의 약 26.7배에 달했다. 통항량 감소와 보험료 급등은 시장이 ‘완전한 안전 회복’이 아니라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FT는 이란이 19일 해협 내 선박들에 대해 경고사격을 했다고 전했다. 이란 측은 무선 방송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해상 봉쇄 해제, 미국의 병력 철수 등이 충족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상태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만도 ‘통항료 면제’ 입장 흔들릴 수…협상 변수로 부상
호르무즈 해협 서쪽에 영해가 있는 오만은 과거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바 있다. 하지만 통항 재개 이후에는 환경 영향 완화와 도선·보안 등 강화된 항행 관리 비용 명목의 합법적 부과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비용 부과의 주체가 이란 PGSA의 ‘보험 수수료’로 집중되든, 오만의 ‘항행 관리 비용’으로 분산되든, 선박 운영사들은 계약 조건과 보험 상품의 구조 변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What’s Next: 60일 MOU 이후 ‘비용 모델’이 관건
이란이 실제로 어떤 형태로 ‘보험 수수료’를 제도화할지, 그리고 ‘보험증권 보유’가 어떤 보험사·약관·요율과 연결되는지가 향후 해운업계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특히 60일 MOU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PGSA가 수수료 도입 여부와 시행 방식(부과 시점, 적용 대상, 보험사의 역할)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해협 내 군사적 긴장과 보험료율 수준은 운항 선택과 비용을 동시에 좌우할 변수다. 통항량이 평시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장은 MOU의 ‘완화’가 ‘안전 정상화’와는 다를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운사와 에너지 기업들은 통항 승인 절차(사전 신청·지정 항로·통항 시각)와 보험 조건을 즉시 점검하는 한편, 수수료 체계가 도입될 경우의 시나리오별 비용 대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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