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OTT) 업체 넷플릭스코리아에 부과된 760억 원대 법인세를 둘러싼 소송이 2심 국면에 들어갔다. 세무당국과 넷플릭스 양측이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19일 법조계에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국세청이 2021년 넷플릭스코리아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 뒤 약 800억 원 규모 세금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조세심판원 절차 등을 거쳐 세금 규모가 일부 조정됐지만, 넷플릭스코리아는 최종적으로 부과된 762억 원 가운데 대부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저작권 사용 대가 보기 어렵다”…그러나 일부는 인정
1심은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가 심리한 결과, 넷플릭스코리아에 부과된 법인세 762억 원 중 687억 원에 대해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넷플릭스 측의 청구를 사실상 상당 부분 받아들인 셈이다.
쟁점은 넷플릭스코리아가 해외(네덜란드) 법인에 지급한 금원의 성격을 어떻게 볼지였다. 과세당국은 이 금액이 한국에서 영상 콘텐츠 전송권을 보유하는 구조를 전제로 원천징수 대상인 ‘저작권 사용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넷플릭스코리아는 해당 금원이 ‘사업 소득’에 해당하므로, 한·네덜란드 조세 조약상 국내 과세권이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특히 “원고가 지급한 돈을 영상 콘텐츠의 저작권 사용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넷플릭스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캐시 서버인 ‘OCA(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 관련 법인세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즉, 넷플릭스의 전면 승소는 아니었고,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과세가 유지될 여지가 남아 있었다.
항소로 본격화된 ‘조세 조약 해석’과 ‘대가 성격’ 논쟁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넷플릭스 한 기업의 세금 문제를 넘어, 디지털 콘텐츠 사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지급 구조—특히 해외 계열사에 대한 대가가 사용료인지 사업 소득인지—를 놓고 조세 조약의 해석이 크게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코리아의 입장은 “해당 지급이 저작권 사용료로 단정될 수 없고, 사업 소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세무당국은 “국내 전송권 보유 및 실제 사업 구조를 고려할 때 저작권 사용료로 봐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해왔다. 법원이 1심에서 넷플릭스 측에 상당 부분 손을 들어주면서 과세당국은 항소를 통해 판단을 다시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세무당국은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넷플릭스코리아 측 역시 이날 항소장을 냈다. 양측이 모두 항소에 나선 만큼, 2심에서는 ‘대가의 법적 성격’뿐 아니라 1심 판단의 논리 전개(증거 평가 및 조세조약 적용 방식)에 대해서도 면밀한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OTT 과세 이슈, 국내 기업·시장에도 파급 가능성
OTT 산업은 콘텐츠 제작·유통·플랫폼 기능이 국경을 넘나들며 분업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외 법인 간 지급(예: 상표·플랫폼·권리 관련 비용)이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되는지는 세금 규모를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문제 삼은 ‘저작권 사용료’ 판단은 원천징수 및 조세조약 적용과 직접 연결된다. 2심의 결론은 향후 유사한 구조의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실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조세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2심에서 무엇이 핵심 쟁점이 될까
2심에서는 먼저 1심이 “저작권 사용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근거가 다시 검토될 전망이다. 과세당국은 해외 법인에 대한 지급이 실제로 콘텐츠 권리 사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넷플릭스는 조세조약상 ‘사업 소득’에 해당한다는 점과 함께, 해당 지급이 단순 사용료가 아닌 다른 성격(예: 사업 운영상 대가)이라는 점을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OCA와 같은 기술 인프라·서버 운영에 대한 과세가 어느 정도 범위에서 유지될지도 관건이다. 1심이 OCA 관련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한 만큼, 2심에서 해당 부분이 그대로 남을지, 아니면 범위 조정이 이뤄질지에 따라 실질적으로 남는 세금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What’s Next: 항소심 일정과 ‘유사 사건’의 기준점
현재 사건은 2심 진행을 위한 절차로 들어선 상태다. 법원은 양측의 항소 이유 및 답변을 바탕으로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을 다시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항소심 결과가 향후 OTT 및 기타 디지털 콘텐츠 기업의 세무 전략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해외 계열사 지급의 분류(저작권 사용료 vs 사업 소득)와 조세조약 적용 방식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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