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가 에너지 수급난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인도가 지난달 30일 러시아 측 고위 관계자에게 “해당 LNG는 사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조치로 러시아 북서부 포르토바야 LNG 공장에서 인도로 향하려던 LNG 운반선들의 일정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제재와 공급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도의 ‘선별적 외교·에너지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제재 러시아산 LNG 구매가 막히며 ‘해운 차질’로 연결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자국을 방문 중이던 파벨 소로킨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에게 지난달 30일 구매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소로킨 차관은 인도와 러시아의 LNG 수출 협상을 위해 두 번째 협상 테이블에 올랐으며, 협상에는 하르디프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측 구매가 거부되면서, 포르토바야 LNG 공장에서 인도로 출발하려던 LNG 운반선들이 ‘발이 묶인’ 상태가 됐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특히 이 공장은 지난해 1월 미국의 제재명단에 오르면서 직접적인 리스크를 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런던증권거래소(LSEG) 해운 데이터를 인용해 13만8천200㎥급 LNG 운반선이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다헤즈 수입 터미널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싱가포르 해역 부근에서 제대로 이동하지 못하는 상황도 인도의 구매 거부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했다.
인도는 “제재 무관 러시아 LNG”는 살 여지…왜 ‘선별’했나
인도의 이번 선택은 미국의 일시 제재 해제로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고 있는 흐름과도 대비된다. 로이터는 인도가 “미국 제재와 무관한 러시아산 LNG”는 수입할 용의가 있으나, 대부분 유럽 수출 계약이 체결돼 있는 ‘특정 제재 대상 LNG’까지는 가져오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소식통들은 또한 러시아가 인도와 장기 LNG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제재의 범위·대상(특정 생산시설 또는 거래 구조)에 따라 인도 입장에서는 ‘계약은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 결제·운송·보험·운용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현실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인도는 에너지 수급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거래를 완전히 끊기보다는, 제재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조정하는 전략을 택했을 수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병목…호르무즈 해협이 ‘변수’
이번 사안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인도가 현재 에너지 수급에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험이 커지면서 많은 국가가 에너지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 인도의 경우 전쟁 발발 전 국내 가스 소비량의 절반을 수입하고 있었고, 이 수입량의 약 60%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 수입도 절반 이상이 같은 해협을 경유한다.
여기에 더해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0일 연료 절약과 재택근무 재개 등을 언급하며 국민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이는 에너지 안보가 단기적인 구매 협상뿐 아니라 국가적 수요 관리와 직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가 제재 러시아산 LNG만 거부한 ‘부분적 선택’은, 단순한 이념이나 외교 구호보다는 실무적인 리스크 관리가 강조됐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와 미국 사이 ‘균형’…주요 수입국으로서 중국은 다른 선택
로이터는 인도의 이번 움직임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로 분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제재 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산 LNG를 모두 사들이는 주요 수입국으로 언급됐다. 즉, 제재 체계와 거래 구조를 해석하는 각국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같은 러시아 자원이라도 ‘어떤 생산시설·어떤 계약 형태’인지에 따라 수입 가능성이 갈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도 정부는 해당 협상과 관련해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 측(뉴델리 주재 러시아 대사관) 역시 입장 표명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실제로 어떤 조건을 두고 구매가 조정됐는지의 구체적인 배경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추가 협상과 ‘대체 경로’
러시아 측 소로킨 차관은 오는 6월 추가 협상을 위해 인도를 다시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별 구매 거부가 단발성 조정인지, 아니면 특정 제재 대상 LNG에 대한 인도의 구조적 기준(예: 거래·운송·보험의 규정 준수 방식)이 강화된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한 LNG 운반선이 발이 묶인 상태였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대체 물량 확보(다른 생산시설의 LNG, 혹은 다른 목적지로의 선회)와 함께 해운·보험·정산의 실무가 어떻게 재편되는지 주목된다. 에너지 병목이 지속되는 한, 제재와 공급망의 ‘회색지대’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인도뿐 아니라 주요 LNG 구매국들의 협상 전략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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